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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독문학:릴케:두이노의비가 [2021/02/16 22:48] clayeryan@gmail.com [독일어 원본] |
문학:독문학:릴케:두이노의비가 [2021/02/17 20:29] clayeryan@gmail.com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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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3: | 줄 3: | ||
<WRAP rightalign> | <WRAP rightalign> | ||
- | - 마리 폰 투른 운트 탁시스 호엔로에 후작부인((릴케가 1911년에서 1912년 사이의 겨울에 체류했던 이탈리아 아드리아 해안의 두이노 성의 성주였다. 릴케는 이곳에서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날 산책길에서 들려오는 첫 몇 마디를 환청처럼 듣고서 《두이노의 비가》의 작업을 시작했다. 1922년 2월에 10년에 걸친 고뇌와 방황 끝에 《두이노의 비가》가 완성되었을 때에도 릴케느느 | + | - 마리 폰 투른 운트 탁시스 호엔로에 후작부인((릴케가 1911년에서 1912년 사이의 겨울에 체류했던 이탈리아 아드리아 해안의 두이노 성의 성주였다. 릴케는 이곳에서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날 산책길에서 들려오는 첫 몇 마디를 환청처럼 듣고서 《두이노의 비가》의 작업을 시작했다. 1922년 2월에 10년에 걸친 고뇌와 방황 끝에 《두이노의 비가》가 완성되었을 때에도 릴케는 가장 먼저 그녀에게 소식을 전했으며, |
=====제1비가===== | =====제1비가===== | ||
줄 819: | 줄 819: | ||
hat ers geliebt, denn, da du ihn trugst schon, | hat ers geliebt, denn, da du ihn trugst schon, | ||
war es im Wasser gelöst, das den Keimenden leicht macht. | war es im Wasser gelöst, das den Keimenden leicht mach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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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he, wir lieben nicht, wie die Blumen, aus einem | Siehe, wir lieben nicht, wie die Blumen, aus einem | ||
줄 831: | 줄 830: | ||
lautlose Landschaft unter dem wolkigen oder | lautlose Landschaft unter dem wolkigen oder | ||
reinen Verhängnis -: //dies// kam dir, Mädchen, zuvor. | reinen Verhängnis -: //dies// kam dir, Mädchen, zuvor. | ||
- | |||
Und du selber, was weißt du -, du locktest | Und du selber, was weißt du -, du locktest | ||
줄 1025: | 줄 1023: | ||
서로 안에서 절벽 쪽으로 다가가고 있지 않은가, | 서로 안에서 절벽 쪽으로 다가가고 있지 않은가, | ||
널찍한 공간과 사냥과 고향((서로 상반되는 경험들의 뒤얽힘, 즉 서로간에 마음을 터놓음, 보호받음, | 널찍한 공간과 사냥과 고향((서로 상반되는 경험들의 뒤얽힘, 즉 서로간에 마음을 터놓음, 보호받음, | ||
- | | + | 한순간에 그리는 스케치에도 |
공들여 반대 바탕((그림에서 바탕색을 상반되는 색상으로 쓴 것을 말한다.))이 마련될 때, | 공들여 반대 바탕((그림에서 바탕색을 상반되는 색상으로 쓴 것을 말한다.))이 마련될 때, | ||
우리는 그 그림을 볼 수 있다 ; 인간들은 분명함에 | 우리는 그 그림을 볼 수 있다 ; 인간들은 분명함에 | ||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정의 윤곽을 알지 못한다 : |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정의 윤곽을 알지 못한다 : | ||
다만 바깥에서 그 윤곽을 만드는 그 무엇을 알 뿐이다. | 다만 바깥에서 그 윤곽을 만드는 그 무엇을 알 뿐이다. | ||
- | | + | 자신의 마음의 장막 앞에 불안감 없이 앉아본 자 누구인가? |
- | 장막이 올라갔다 : 그곳엔 이별27)의 장면이 있었다. | + | 장막이 올라갔다 : 그곳엔 이별((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조건.))의 장면이 있었다. |
- | 금방 알 수 있었다. 눈에 익은 정원이었다, | + | 금방 알 수 있었다. 눈에 익은 정원이었다, |
- | 조금 흔들렸다29) : 이어서 먼저 남자 무용수가 등장했다. | + | 조금 흔들렸다((실제 정원이 아니라 천에 그려진 무대 배경으로서의 정원이다.)) : 이어서 먼저 남자 무용수가 등장했다. |
- | 그 남자는 아니다. 됐다! 그의 몸짓이 아무리 날렵해도, | + | 그 //남자//는 아니다. 됐다! 그의 몸짓이 아무리 날렵해도, |
그는 변장한 것일 뿐, 앞으로 한 사람의 시민이 되어 | 그는 변장한 것일 뿐, 앞으로 한 사람의 시민이 되어 | ||
부엌을 지나 거실로 들어갈 것이다. | 부엌을 지나 거실로 들어갈 것이다. | ||
줄 1040: | 줄 1038: | ||
차라리 인형이 좋다. 인형은 가득 차 있다. 나는 | 차라리 인형이 좋다. 인형은 가득 차 있다. 나는 | ||
속을 채운 몸통과 철사줄 그리고 외관뿐인 | 속을 채운 몸통과 철사줄 그리고 외관뿐인 | ||
- | 그 얼굴30)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여기. 나는 기다리고 있다. | + | 그 얼굴((사람의 얼굴과 달리 속이 없이 외관뿐인 얼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여기. 나는 기다리고 있다. |
조명이 나간다 해도, 누가 내게 ' | 조명이 나간다 해도, 누가 내게 ' | ||
말한다 해도, 휘익 불어오는 잿빛 바람에 실려 | 말한다 해도, 휘익 불어오는 잿빛 바람에 실려 | ||
줄 1046: | 줄 1044: | ||
말없는 나의 선조들 중 어느 누구도 | 말없는 나의 선조들 중 어느 누구도 | ||
더 이상 내 옆에 앉아 있지 않다 해도, 어떤 여자도, | 더 이상 내 옆에 앉아 있지 않다 해도, 어떤 여자도, | ||
- | 심지어 갈색의 사팔뜨기 눈을 한 소년31)마저 없어도, | + | 심지어 갈색의 사팔뜨기 눈을 한 소년(( 이 인물의 모델은 릴케의 사촌인 에곤 폰 릴케Egon von Rilke(1873~80)이다. 그는 릴케의 삼촌 야로슬라브의 막내아들로 어린 나이에 죽었다. 그는 《말테의 수기》에서 에릭 브라에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마저 없어도, |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리라. 구경거리는 아직도 있다. |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리라. 구경거리는 아직도 있다. | ||
- | + | 제가 옳지 않나요?((이 부분은 부모가 바랐던 장교의 꿈을 버리고 시인의 길로 나선 릴케의 자기 변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신, 내 인생을 맛본 뒤로 | |
- | 제가 옳지 않나요?32) 당신, 내 인생을 맛본 뒤로 | + | |
나 때문에 인생이 온통 쓴맛이 되어버린 아버지, | 나 때문에 인생이 온통 쓴맛이 되어버린 아버지, | ||
내가 자라나면서, | 내가 자라나면서, | ||
텁텁한 첫 국물 맛을 계속해서 맛보면서, | 텁텁한 첫 국물 맛을 계속해서 맛보면서, | ||
알 수 없는 장래의 뒷맛 생각에 골치를 썩히면서 | 알 수 없는 장래의 뒷맛 생각에 골치를 썩히면서 | ||
- | 당신은 나의 흐릿한 눈빛33)을 살펴보셨습니다, | + | 당신은 나의 흐릿한 눈빛((릴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을 살펴보셨습니다, |
나의 아버지, 당신은 돌아가신 뒤로도 내 마음속에서 | 나의 아버지, 당신은 돌아가신 뒤로도 내 마음속에서 | ||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늘 걱정하셨고, |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늘 걱정하셨고, | ||
줄 1070: | 줄 1067: | ||
보상을 해주기 위해 그곳에 천사 하나가 배우로 | 보상을 해주기 위해 그곳에 천사 하나가 배우로 | ||
등장하여 인형들의 몸통을 위로 치켜들 때면. | 등장하여 인형들의 몸통을 위로 치켜들 때면. | ||
- | 천사와 인형34) : 그러면 마침내 연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 + | 천사와 인형((천사는 순수한 내면을, 인형은 순수한 외면, 즉 순수한 의식과 순수한 비의식을 뜻한다.)) : 그러면 마침내 연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
그러면 우리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우리가 언제나 | 그러면 우리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우리가 언제나 | ||
둘로 나누었던 것이 합쳐진다. 그러면 비로소 변화의 | 둘로 나누었던 것이 합쳐진다. 그러면 비로소 변화의 | ||
줄 1089: | 줄 1086: | ||
처음부터 순수한 사건을 위해 마련되어 있던 | 처음부터 순수한 사건을 위해 마련되어 있던 | ||
어느 한 자리에. | 어느 한 자리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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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린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 | 누가 어린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 | ||
- | 별들 사이에 두고 거리를 재는 자35)를 손에 들려주는가? | + | 별들 사이에 두고 거리를 재는 자((어린아이와 ' |
- | 누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잿빛 빵으로36) | + | 누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잿빛 빵으로((어린아이들을, |
어린아이의 죽음을 만드는가, | 어린아이의 죽음을 만드는가, | ||
그의 둥근 입 속에 버려두는가, | 그의 둥근 입 속에 버려두는가, | ||
줄 1116: | 줄 1112: | ||
Und irgendwo gehn Löwen noch und wissen, | Und irgendwo gehn Löwen noch und wissen, | ||
solang sie herrlich sind, von keiner Ohnmacht. | solang sie herrlich sind, von keiner Ohnmach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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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 aber, wo wir Eines meinen, ganz, | Uns aber, wo wir Eines meinen, ganz, | ||
줄 1123: | 줄 1118: | ||
nicht immerfort an Ränder, eins im andern, | nicht immerfort an Ränder, eins im andern, | ||
die sich versprachen Weite, Jagd und Heimat. | die sich versprachen Weite, Jagd und Heimat. | ||
- | | + | Da wird für eines Augenblickes Zeichnung |
ein Grund von Gegenteil bereitet, mühsam, | ein Grund von Gegenteil bereitet, mühsam, | ||
daß wir sie sähen; denn man ist sehr deutlich | daß wir sie sähen; denn man ist sehr deutlich | ||
mit uns. Wir kennen den Kontur | mit uns. Wir kennen den Kontur | ||
des Fühlens nicht: nur, was ihn formt von außen. | des Fühlens nicht: nur, was ihn formt von außen. | ||
- | | + | Wer saß nicht bang vor seines Herzens Vorhang? |
Der schlug sich auf: die Szenerie war Abschied. | Der schlug sich auf: die Szenerie war Abschied. | ||
Leicht zu verstehen. Der bekannte Garten, | Leicht zu verstehen. Der bekannte Garten, | ||
줄 1135: | 줄 1130: | ||
er ist verkleidet und er wird ein Bürger | er ist verkleidet und er wird ein Bürger | ||
und geht durch seine Küche in die Wohnung. | und geht durch seine Küche in die Wohnung. | ||
- | | + | Ich will nicht diese halbgefüllten Masken, |
lieber die Puppe. Die ist voll. Ich will | lieber die Puppe. Die ist voll. Ich will | ||
den Balg aushalten und den Draht und ihr | den Balg aushalten und den Draht und ihr | ||
줄 1146: | 줄 1141: | ||
der Knabe nicht mehr mit dem braunen Schielaug: | der Knabe nicht mehr mit dem braunen Schielaug: | ||
Ich bleibe dennoch. Es giebt immer Zuschaun. | Ich bleibe dennoch. Es giebt immer Zuschaun. | ||
- | |||
Hab ich nicht recht? Du, der um mich so bitter | Hab ich nicht recht? Du, der um mich so bitter | ||
줄 1187: | 줄 1181: | ||
an einer Stelle, die seit Anbeginn | an einer Stelle, die seit Anbeginn | ||
gegründet war für einen reinen Vorgang. | gegründet war für einen reinen Vorgang. | ||
- | |||
Wer zeigt ein Kind, so wie es steht? Wer stellt | Wer zeigt ein Kind, so wie es steht? Wer stellt | ||
줄 1349: | 줄 1342: | ||
< | < | ||
- | 헤르타 폰 쾨니히 부인37)에게 바침 | + | 헤르타 폰 쾨니히 부인((릴케는 1914년 여름에 그녀의 집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곳에 걸려있던 피카소의 그림 < |
- | + | ||
- | + | ||
그러나 말해다오, | 그러나 말해다오, | ||
줄 1367: | 줄 1357: | ||
반창고처럼 그곳에 붙어 있는. | 반창고처럼 그곳에 붙어 있는. | ||
그리고 그들이 그곳에서 간신히, | 그리고 그들이 그곳에서 간신히, | ||
- | 똑바로 서서, 현존재의 첫 글자 모양38)을 보여주는가 했더니, | + | 똑바로 서서, 현존재의 첫 글자 모양((피카소의 그림에서 다섯 명의 곡예사들이 ' |
어느새 손길이 자꾸 다가와,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이, | 어느새 손길이 자꾸 다가와,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이, | ||
그들 가장 탄탄한 남자들을 계속해서 굴려댄다, | 그들 가장 탄탄한 남자들을 계속해서 굴려댄다, | ||
- | 강력한 아우구스트 대왕39)이 식탁에 앉아 | + | 강력한 아우구스트 대왕((아우구스트 데어 슈타르크August der Starke(1670~1733)는 작센의 선제후로, |
주석 접시를 던져올려 돌렸듯이. | 주석 접시를 던져올려 돌렸듯이. | ||
줄 1377: | 줄 1367: | ||
구경의 장미꽃 : | 구경의 장미꽃 : | ||
활짝 피었다가 와르르 진다. | 활짝 피었다가 와르르 진다. | ||
- | 이 절굿공이40) 주위로, 이 암술 주위로, 제 꽃가루를 | + | 이 절굿공이((땅을 다지는 도구. 곡예사들이 도약했다가 땅 위로 뛰어내리는 것을 말한다.)) 주위로, 이 암술 주위로, 제 꽃가루를 |
잔뜩 뒤집어쓴 이 암술 주위로, 내키지 않음의 | 잔뜩 뒤집어쓴 이 암술 주위로, 내키지 않음의 | ||
가짜 열매를 또다시 맺게 하는 이 암술 주위로, 그것을 | 가짜 열매를 또다시 맺게 하는 이 암술 주위로, 그것을 | ||
줄 1415: | 줄 1405: | ||
그대의 몸뚱어리에 이르러 사라지고 만다, 그대 몸의 표면이 | 그대의 몸뚱어리에 이르러 사라지고 만다, 그대 몸의 표면이 | ||
그것을 몽땅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다시 | 그것을 몽땅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다시 | ||
- | 그 남자41)는 그대에게 어서 뛰어오르라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 + | 그 남자((앞에 등장한 젊은이의 아버지.))는 그대에게 어서 뛰어오르라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
끊임없이 고동치는 그대 심장의 언저리에서 고통이 언젠가 | 끊임없이 고동치는 그대 심장의 언저리에서 고통이 언젠가 | ||
더욱 뚜렷해지기 전에, 그대 발바닥에 화끈거림이 찾아온다, | 더욱 뚜렷해지기 전에, 그대 발바닥에 화끈거림이 찾아온다, | ||
줄 1439: | 줄 1429: | ||
그때마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 그때마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 ||
모든 저울들 위에 올려진 무심한 장터 과일이여, | 모든 저울들 위에 올려진 무심한 장터 과일이여, | ||
- | 어깨 밑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42) | + | 어깨 밑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앞에 나온 " |
줄 1461: | 줄 1451: | ||
광장들, 오 파리의 광장이여, | 광장들, 오 파리의 광장이여, | ||
- | 그곳에선 잡화상인 마담 라 모르43)가 이 세상의 쉬지 못하는 길들, | + | 그곳에선 잡화상인 마담 라 모르((프랑스어로 ' |
끝없는 리본들을 말기도 하고 감기도 하면서 | 끝없는 리본들을 말기도 하고 감기도 하면서 | ||
새로운 나비매듭, | 새로운 나비매듭, | ||
하지만 모두가 거짓되게 물감을 들였으니, | 하지만 모두가 거짓되게 물감을 들였으니, | ||
- | 운명의 값싼 겨울 모자44)에나 어울리는 것들일 뿐이다. | + | 운명의 값싼 겨울 모자((' |
‥‥‥‥‥‥‥‥‥‥‥‥‥‥‥‥‥‥‥‥‥ | ‥‥‥‥‥‥‥‥‥‥‥‥‥‥‥‥‥‥‥‥‥ | ||
줄 1478: | 줄 1468: | ||
그러면 그들은 그들 품속에 언제나 아껴두고 숨겨두었던, | 그러면 그들은 그들 품속에 언제나 아껴두고 숨겨두었던, | ||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영원히 통용되는 그들의 마지막 |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영원히 통용되는 그들의 마지막 | ||
- | 행복의 동전을 이제는 진정된 양탄자45) 위에서 | + | 행복의 동전을 이제는 진정된 양탄자((이제 비로소 시의 첫머리에 나왔던 " |
마침내 진정으로 미소짓고 있는 연인들의 발치에 | 마침내 진정으로 미소짓고 있는 연인들의 발치에 | ||
던져주지 않을까? | 던져주지 않을까? | ||
줄 1781: | 줄 1771: | ||
수액을 나른다 : 그러면 수액은 잠에서 벌떡 일어나, | 수액을 나른다 : 그러면 수액은 잠에서 벌떡 일어나, | ||
거의 깨지 않은 채, 가장 달콤한 성취의 행복 속으로 뛰어든다. | 거의 깨지 않은 채, 가장 달콤한 성취의 행복 속으로 뛰어든다. | ||
- | 보라 : 신이 백조의 몸 속으로 뛰어들었듯이.46) | + | 보라 : 신이 백조의 몸 속으로 뛰어들었듯이.((레다와 백조의 신화를 암시한다. 제우스가 백조로 변하여 레다의 품으로 뛰어든 것을 말한다. 《신시집》의 시 , |
……그러나 우리는 머뭇거린다, | ……그러나 우리는 머뭇거린다, | ||
프다, 우리가 내세울 것은 우리의 꽃피어남이니, | 프다, 우리가 내세울 것은 우리의 꽃피어남이니, | ||
줄 1792: | 줄 1782: | ||
이들의 혈관을 정원사 죽음의 신은 각각 다르게 비틀어 놓았다. | 이들의 혈관을 정원사 죽음의 신은 각각 다르게 비틀어 놓았다. | ||
이들은 돌진해간다 : 자신들의 미소보다 앞서간다, | 이들은 돌진해간다 : 자신들의 미소보다 앞서간다, | ||
- | 카르나크47) 신전에 부드럽게 새겨진 움푹한 부조48)에서 | + | 카르나크((1911년 1월부터 3월 11일까지 릴케는 이집에 체류했다. 그곳에서 그는 멤피스에 있는 람세스 2세의 화강암 석상뿐만 아니라 카르나크의 신전 세계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아문 사원의 회랑에 있는 전투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 릴케가 이 시를 쓸 때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신전에 부드럽게 새겨진 움푹한 부조((초기 이집트 예술에서는 움푹 들어간 부조가 성행했다.))에서 |
마차를 끄는 말들이 승리에 취한 왕을 앞서가듯이. | 마차를 끄는 말들이 승리에 취한 왕을 앞서가듯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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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놀랍게도 어려서 죽은 자들과 아주 가까이 있다. 영웅은 | 영웅은 놀랍게도 어려서 죽은 자들과 아주 가까이 있다. 영웅은 | ||
줄 1804: | 줄 1793: | ||
하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와 같은 소리는 듣지 못한다. 느닷없이, | 하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와 같은 소리는 듣지 못한다. 느닷없이, | ||
밀려오는 공기에 실려 어두운 그의 음성이 나를 뚫고 지나간다. | 밀려오는 공기에 실려 어두운 그의 음성이 나를 뚫고 지나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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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는 이 큰 그리움으로부터 숨고 싶구나 : 오 내가 만일, | 그러면, 나는 이 큰 그리움으로부터 숨고 싶구나 : 오 내가 만일, | ||
내가 만일 소년이라면, | 내가 만일 소년이라면, | ||
미래의 팔을 괴고 앉아 삼손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면, 그의 어머니가 | 미래의 팔을 괴고 앉아 삼손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면, 그의 어머니가 | ||
- | 처음엔 아무것도 낳지 못하다가 나중엔 모든 걸 낳게 되었는지.49) | + | 처음엔 아무것도 낳지 못하다가 나중엔 모든 걸 낳게 되었는지.((삼손의 어머니 마노아는 삼손을 낳을 때까지 한참 동안 아이를 낳지 못했다고 한다.)) |
그는 이미 당신의 몸 속에서부터 영웅이 아니었던가, | 그는 이미 당신의 몸 속에서부터 영웅이 아니었던가, | ||
그의 영웅다운 선택은 이미 그곳, 당신 안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 그의 영웅다운 선택은 이미 그곳, 당신 안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 ||
- | 무수한 것드리 | + | 무수한 것들이 |
그러나 보라 : 붙잡고 분별하고 선택하고 성취한 것은 그였다. | 그러나 보라 : 붙잡고 분별하고 선택하고 성취한 것은 그였다. | ||
그리고 그는 기둥들을 부쉈다, 그것은 그가 당신 몸의 세계로부터 | 그리고 그는 기둥들을 부쉈다, 그것은 그가 당신 몸의 세계로부터 | ||
줄 1969: | 줄 1956: | ||
< | < | ||
- | 더 이상 구애하지 마라,50) 저절로 터져나온 목소리여, | + | 더 이상 구애하지 마라,((릴케의 오래된 문학적 테제. 억지로 대상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 것을 말하기를 톨해서 시로 만든다는 의미이다. 《진혼곡》에서 이야기되었던 대상에 대한 소유욕 없는 관찰과 일맥상통한다.)) 저절로 터져나온 목소리여, |
구애의 외침이 되지 않게 하라 ; 너 비록 새처럼 순수하게 외칠지 모르지만, | 구애의 외침이 되지 않게 하라 ; 너 비록 새처럼 순수하게 외칠지 모르지만, | ||
계절이, 상승하는 계절이 새를 들어올릴 때면, 이것은 거의 잊고 하는 일, | 계절이, 상승하는 계절이 새를 들어올릴 때면, 이것은 거의 잊고 하는 일, | ||
줄 2008: | 줄 1995: | ||
소녀들도 내 곁에 서리라.... 내 어찌 한번의 외침을 | 소녀들도 내 곁에 서리라.... 내 어찌 한번의 외침을 | ||
제한할 수 있겠는다, | 제한할 수 있겠는다, | ||
- | 언제나 이 세상을 찾고 있다.51) ㅡ 너희 어린아이들아, | + | 언제나 이 세상을 찾고 있다.((어려서 죽은 소녀들은 계속해서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성취를 구하고 있다.)) ㅡ 너희 어린아이들아, |
제대로 한 번 손에 잡은 것은 많은 이들에게도 소용되리라. | 제대로 한 번 손에 잡은 것은 많은 이들에게도 소용되리라. | ||
운명이 어린 시절의 밀도보다 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 운명이 어린 시절의 밀도보다 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 ||
줄 2014: | 줄 2001: | ||
- | 이승에 있다는 것은 멋진 일.52) 너희들은 그것을 알았다, 소녀들이여, | + | 이승에 있다는 것은 멋진 일.((' |
너희들도. 너희들은 그것을 빼앗긴 것 같다, 너희들은 도회지의 | 너희들도. 너희들은 그것을 빼앗긴 것 같다, 너희들은 도회지의 | ||
가장 비참한 골목과 곪아터진 상처 속으로, 또는 쓰레기 | 가장 비참한 골목과 곪아터진 상처 속으로, 또는 쓰레기 | ||
줄 2029: | 줄 2016: | ||
세계는,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마음속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 | 세계는,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마음속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 | ||
우리의 인생은 변용 속에 흘러간다. 그리고 외부 세계는 점점 더 | 우리의 인생은 변용 속에 흘러간다. 그리고 외부 세계는 점점 더 | ||
- | 적게 사라진다.53) 한때 옹골찬 집이 서 있던 곳에 | + | 적게 사라진다.((현대의 생활 환경에서는 변용을 위한 시적인 상관물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한때 옹골찬 집이 서 있던 곳에 |
가공의 이미지가 끼여든다, | 가공의 이미지가 끼여든다, | ||
완전히 예속되어, | 완전히 예속되어, | ||
시대정신은 힘의 거대한 창고를 만들어낸다, | 시대정신은 힘의 거대한 창고를 만들어낸다, | ||
- | 모든 것에서 취해온 긴장된 충동처럼 형체도 없다.54) | + | 모든 것에서 취해온 긴장된 충동처럼 형체도 없다.((댐으로 막아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뜻한다. 과학적인 전문 용어를 피하는 것은 릴케의 시에서 자주 발견된다.)) |
시대정신은 사원을 더 이상 모른다. 우리는 이 같은 마음의 | 시대정신은 사원을 더 이상 모른다. 우리는 이 같은 마음의 | ||
낭비를 은밀하게 아끼려 한다. 그렇다, 아직 하나의 사물이, | 낭비를 은밀하게 아끼려 한다. 그렇다, 아직 하나의 사물이, | ||
줄 2054: | 줄 2041: | ||
천사여, 나는 그것을 그대에게 보여준다, | 천사여, 나는 그것을 그대에게 보여준다, | ||
그것이 구원을 받게 해다오, 마침내 똑바로 서도록. | 그것이 구원을 받게 해다오, 마침내 똑바로 서도록. | ||
- | 기둥들, 탑문들, 스핑크스, | + | 기둥들, 탑문들, 스핑크스, |
도시 위로 우뚝 솟아 버티는 대성당의 잿빛 지주들. | 도시 위로 우뚝 솟아 버티는 대성당의 잿빛 지주들. | ||
줄 2387: | 줄 2374: | ||
< | < | ||
- | 루돌프 카스너56)에게 바침 | + | 루돌프 카스너((루돌프 카스너Rudolf Kassner(1873~1959)는 문화철학자로 1907년경부터 릴케와 교류했다. 릴케가 그에게 이 비가를 헌정한 것은 당시 식어 있던 두사람의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의도였다고 한다.))에게 바침 |
- | + | 생물들은 온 눈으로 열린 세계((독일어로는 'das Offene.'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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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물들은 온 눈으로 열린 세계57)를 바라본다. | + | |
우리들의 눈만이 거꾸로 된 듯하며 | 우리들의 눈만이 거꾸로 된 듯하며 | ||
생물들 주변에 빙 둘러 덫처럼 놓여 | 생물들 주변에 빙 둘러 덫처럼 놓여 | ||
줄 2426: | 줄 2410: | ||
이것이 운명이다 : 마주 서 있는 것 | 이것이 운명이다 : 마주 서 있는 것 | ||
그리고 오직 이뿐이다, | 그리고 오직 이뿐이다, | ||
- | |||
만약에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는 | 만약에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는 | ||
줄 2436: | 줄 2419: | ||
그리고 우리가 미래를 보는 곳에서 그는 모든 것에서 | 그리고 우리가 미래를 보는 곳에서 그는 모든 것에서 | ||
모든 것과 자신을 보며 영원히 치유된 상태에 있다. | 모든 것과 자신을 보며 영원히 치유된 상태에 있다. | ||
- | |||
하지만 따뜻하고 경계심 많은 짐승의 내면에도 | 하지만 따뜻하고 경계심 많은 짐승의 내면에도 | ||
줄 2448: | 줄 2430: | ||
두 번째 고향은 잡종에다 바람만 드세다. | 두 번째 고향은 잡종에다 바람만 드세다. | ||
오 작은 생물들의 행복함이여, | 오 작은 생물들의 행복함이여, | ||
- | 저희를 잉태했던 자궁 속에 언제나 머물러 있으니58) ; | + | 저희를 잉태했던 자궁 속에 언제나 머물러 있으니((릴케는 모태 속에 있다가 바깥세상으로 나온 생물과 이 우주 전체가 원래부터 모태인 생물을 구분하고 있다.)) ; |
오 모기의 행복이여, | 오 모기의 행복이여, | ||
교미를 할 때조차도 : 그들에겐 자궁이 모든 것이니까. | 교미를 할 때조차도 : 그들에겐 자궁이 모든 것이니까. | ||
그런데 보라, 새의 불완전한 안전을, | 그런데 보라, 새의 불완전한 안전을, | ||
새는 태어날 때부터 이 두 상태를 알고 있는 것 같다, | 새는 태어날 때부터 이 두 상태를 알고 있는 것 같다, | ||
- | 에트루리아인59)의 영혼이라도 되는 것처럼, | + | 에트루리아인((에트루리아인들의 석관 뚜껑에는 죽은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렇게 해서 죽은 사람은 반은 안쪽, 반은 바깥쪽에 있게 된다. 릴케는 이 이미지를 알프레트 슐러에게서 빌려온 것 같다. 슐러는 이렇게 말한다. " |
뚜껑에 그 자신의 쉬는 모습을 새긴 | 뚜껑에 그 자신의 쉬는 모습을 새긴 | ||
관 속에 집어넣어진 주검에서 빠져나온. | 관 속에 집어넣어진 주검에서 빠져나온. | ||
줄 2461: | 줄 2443: | ||
찻잔에 쩌억 금이 가듯이. 그렇게 박쥐의 | 찻잔에 쩌억 금이 가듯이. 그렇게 박쥐의 | ||
자취가 저녁의 도자기를 가르며 지나간다. | 자취가 저녁의 도자기를 가르며 지나간다. | ||
- | |||
그리고 우리는 : 구경꾼들, | 그리고 우리는 : 구경꾼들, | ||
줄 2467: | 줄 2448: | ||
그것들로 우리는 넘쳐난다. 아무리 정리해도 무너지고 만다. | 그것들로 우리는 넘쳐난다. 아무리 정리해도 무너지고 만다. | ||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 정리하다가 따라서 무너진다. |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 정리하다가 따라서 무너진다. | ||
- | |||
누가 우리의 방향을 이렇게 돌려놓았기에 | 누가 우리의 방향을 이렇게 돌려놓았기에 | ||
줄 2703: | 줄 2683: | ||
다른 모든 초록빛보다 좀더 짙은 빛깔로, | 다른 모든 초록빛보다 좀더 짙은 빛깔로, | ||
나뭇잎 가장자리마다 (바람의 미소처럼) | 나뭇잎 가장자리마다 (바람의 미소처럼) | ||
- | 작은 물결들을 지니고서 보낼 수 있다면,60) | + | 작은 물결들을 지니고서 보낼 수 있다면,((그리스 신화에서 다프네가 자꾸 치근덕대며 달려드는 아폴로의 눈을 피해 월계수로 변해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에 대한 암시이다.)) |
왜 아직도 인간이기를 고집하는가, | 왜 아직도 인간이기를 고집하는가, | ||
피하면서 또다시 운명을 그리워하면서? | 피하면서 또다시 운명을 그리워하면서? | ||
- | |||
오, 행복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 오, 행복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 ||
줄 2712: | 줄 2691: | ||
호기심 때문도 아니고, 또한 마음을 쓰기 위함 때문도 아니다, | 호기심 때문도 아니고, 또한 마음을 쓰기 위함 때문도 아니다, | ||
월계수에도 그런 마음이 있다면 좋으련만.... | 월계수에도 그런 마음이 있다면 좋으련만.... | ||
- | |||
사실은 이곳에 있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 사실은 이곳에 있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 ||
줄 2747: | 줄 2725: | ||
그들보다 앞서간 많은 사람들 뒤에 그리고 | 그들보다 앞서간 많은 사람들 뒤에 그리고 | ||
앞으로 올 많은 사람들에 앞서서…… 가볍게. | 앞으로 올 많은 사람들에 앞서서…… 가볍게. | ||
- | |||
여기는 말할 수 있는 것을 위한 시간, 여기는 그것의 고향이다. | 여기는 말할 수 있는 것을 위한 시간, 여기는 그것의 고향이다. | ||
줄 2759: | 줄 2736: | ||
이[爾] 사이에 존재하지만, | 이[爾] 사이에 존재하지만, | ||
그럼에도 찬양을 그치지 않듯이. | 그럼에도 찬양을 그치지 않듯이. | ||
- | |||
천사를 향해 이 세상을 찬미하라, | 천사를 향해 이 세상을 찬미하라, | ||
줄 2767: | 줄 2743: | ||
우리 것이 되어 우리 손 옆에 그리고 눈길 속에 살아 있는 것을. | 우리 것이 되어 우리 손 옆에 그리고 눈길 속에 살아 있는 것을. | ||
그에게 사물들에 대해 말하라. 그는 놀라워하며 서 있으리라 ; 네가 | 그에게 사물들에 대해 말하라. 그는 놀라워하며 서 있으리라 ; 네가 | ||
- | 로마의 밧줄 제조공 옆에, 나일 강의 도공61) 옆에 서 있었듯이. | + | 로마의 밧줄 제조공 옆에, 나일 강의 도공((근대 이전의 직업에 대한 릴케의 호감은 문명 비판적인 그의 자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옆에 서 있었듯이. |
사물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순수한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 편인지, | 사물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순수한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 편인지, | ||
구슬픈 고통조차 어떻게 순수하게 제 모습을 갖추어, 사물로서 봉사하거나 | 구슬픈 고통조차 어떻게 순수하게 제 모습을 갖추어, 사물로서 봉사하거나 | ||
줄 2776: | 줄 2752: | ||
이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우리의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ㅡ 오 끊임없이 ㅡ | 이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우리의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ㅡ 오 끊임없이 ㅡ | ||
완전히 우리 자신으로 변용시켜주기를 바란다! 우리들이 누구이든지 상관없이. | 완전히 우리 자신으로 변용시켜주기를 바란다! 우리들이 누구이든지 상관없이. | ||
- | |||
대지여,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가? 우리의 마음에서 | 대지여,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가? 우리의 마음에서 | ||
줄 2787: | 줄 2762: | ||
이루 말할 수 없이 나는 그대에게 가기로 결심했다, | 이루 말할 수 없이 나는 그대에게 가기로 결심했다, | ||
항상 그대의 말이 옳았다, 그대 자신이 해낸 성스러운 생각이란 친근한 죽음이다. | 항상 그대의 말이 옳았다, 그대 자신이 해낸 성스러운 생각이란 친근한 죽음이다. | ||
- | |||
보라, 나는 살고 있다. 무엇으로? | 보라, 나는 살고 있다. 무엇으로? | ||
줄 2898: | 줄 287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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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NTH DUINO ELEGY | THE NINTH DUINO ELEGY | ||
- | by Rainer Maria Rilke | + | |
Since this short span might | Since this short span might | ||
well be lived as lives the laurel, | well be lived as lives the laurel, | ||
줄 3065: | 줄 3039: | ||
< | < | ||
언젠가 나 이 무서운 인식의 끝마당에 서서 | 언젠가 나 이 무서운 인식의 끝마당에 서서 | ||
- | |||
화답하는 천사들을 향해 환호와 찬양의 노래를 부르리라. | 화답하는 천사들을 향해 환호와 찬양의 노래를 부르리라. | ||
- | |||
내 심장의 망치들 중 어느 것 하나 부드러운 현이나, | 내 심장의 망치들 중 어느 것 하나 부드러운 현이나, | ||
- | |||
의심하거나 격하게 물어뜯는 현에 닿는다 해도 | 의심하거나 격하게 물어뜯는 현에 닿는다 해도 | ||
- | |||
맑은 소리 그치는 법 없으리라. 넘쳐흐르는 나의 얼굴이 | 맑은 소리 그치는 법 없으리라. 넘쳐흐르는 나의 얼굴이 | ||
- | |||
나를 더욱 빛나게 하리라 ; 이 수수한 울음도 꽃 피어나리라. | 나를 더욱 빛나게 하리라 ; 이 수수한 울음도 꽃 피어나리라. | ||
- | |||
오 너희 밤들이여, | 오 너희 밤들이여, | ||
- | |||
너희는 내게 얼마나 소중하랴. 너희 슬픔의 자매들이여, | 너희는 내게 얼마나 소중하랴. 너희 슬픔의 자매들이여, | ||
- | |||
왜 나는 너희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더욱 세차게 무릎 꿇고 | 왜 나는 너희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더욱 세차게 무릎 꿇고 | ||
- | |||
너희들의 풀어헤친 머리카락 속에 나를 풀어 바치지 않았던가? | 너희들의 풀어헤친 머리카락 속에 나를 풀어 바치지 않았던가? | ||
- | |||
우리는 고통의 낭비자. 우리가 어떻게 슬픔을 넘어 응시할 수 있을까, | 우리는 고통의 낭비자. 우리가 어떻게 슬픔을 넘어 응시할 수 있을까, | ||
- | |||
슬픔의 지속을, 언젠가 이것이 끝나지 않을까 바라면서. 그러나 | 슬픔의 지속을, 언젠가 이것이 끝나지 않을까 바라면서. 그러나 | ||
- | + | 고통은 우리의 겨울 나뭇잎,((고통이 우리 인간과 절대 불가분한 관계에 있음을 뜻한다.)) 우리의 짙은 상록수, | |
- | 고통은 우리의 겨울 나뭇잎,62) 우리의 짙은 상록수, | + | 우리의 은밀한 한 해의 계절 중의 |
- | + | 고통은 장소요 주거지요 잠자리요 흙이요 집이다. | |
- | 우리의 은밀한 한 해의 계절 중의 한 계절, 그런 시간일 뿐 아니라, | + | |
- | + | ||
- | 고통은 장소요 주거지요 잠자리요 흙이요 집이다. | + | |
- | + | ||
- | + | ||
정말로 괴롭다, 고통의 도시의 뒷골목은 낯설기만 하구나, | 정말로 괴롭다, 고통의 도시의 뒷골목은 낯설기만 하구나, | ||
- | |||
그곳엔 넘쳐나는 소음으로 만들어진 거짓 고요 속을 | 그곳엔 넘쳐나는 소음으로 만들어진 거짓 고요 속을 | ||
- | + | 공허의 거푸집((도시가 지니는 허위성을 말한다.))에서 나온 주물들이 마구 활보하며 걷는다 : | |
- | 공허의 거푸집63)에서 나온 주물들이 마구 활보하며 걷는다 : | + | |
금으로 도금한 소음, 파열하는 기념비. | 금으로 도금한 소음, 파열하는 기념비. | ||
- | |||
오, 천사가 있다면 얼마나 흔적도 없이 짓밟아버리겠는가, | 오, 천사가 있다면 얼마나 흔적도 없이 짓밟아버리겠는가, | ||
- | |||
그들이 완제품으로 사들인 교회가 경계를 긋고 있는 위안의 시장을 : | 그들이 완제품으로 사들인 교회가 경계를 긋고 있는 위안의 시장을 : | ||
- | |||
깨끗하게, | 깨끗하게, | ||
- | |||
그러나 밖에는 언제나 대목장의 변두리들이 넘실대고 있다. | 그러나 밖에는 언제나 대목장의 변두리들이 넘실대고 있다. | ||
- | |||
자유의 그네여! 열정의 잠수부여, | 자유의 그네여! 열정의 잠수부여, | ||
- | + | 그리고 여러 모양들로 예쁘게 꾸민 행운의 사격장(대목장의 비본래성과 무대 세트 같은 성격을 표현한 것이다.))에서는 | |
- | 그리고 여러 모양들로 예쁘게 꾸민 행운의 사격장64)에서는 | + | |
양철 과녁이 넘어지며 덜커덩 소리를 낸다, | 양철 과녁이 넘어지며 덜커덩 소리를 낸다, | ||
- | |||
어느 솜씨 좋은 사람이 명중시킬 때마다. 그 사람은 갈채에서 | 어느 솜씨 좋은 사람이 명중시킬 때마다. 그 사람은 갈채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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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으로 비틀대며 간다 ;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들이 | 우연으로 비틀대며 간다 ;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들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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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며 북을 치고 물건을 사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 외치며 북을 치고 물건을 사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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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위한 특별한 볼거리도 있다. 돈이 어떻게 새끼를 치는가, | 성인을 위한 특별한 볼거리도 있다. 돈이 어떻게 새끼를 치는가, | ||
- | |||
해부학적으로도 타당한 것.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 돈의 생식기, | 해부학적으로도 타당한 것.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 돈의 생식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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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없이 행하는 것, 행위 그 자체. 교육적이고 | 남기없이 행하는 것, 행위 그 자체. 교육적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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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능력 향상에도 좋은 것…… | 성적 능력 향상에도 좋은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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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자 곧, | ……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자 곧,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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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판자 뒤편에 " | 마지막 판자 뒤편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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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쓴 맥주 광고, 마시는 사람들은 달콤하게 느낄 것 같다, | 저 쓴 맥주 광고, 마시는 사람들은 달콤하게 느낄 것 같다, | ||
- | |||
서기다가 늘 신선한 심심풀이를 곁들여서 씹는다면…… | 서기다가 늘 신선한 심심풀이를 곁들여서 씹는다면…… | ||
- | + | 바로 그 판자 뒤쪽을 보니, 그 뒤쪽은 | |
- | 바로 그 판자 뒤쪽을 보니, 그 뒤쪽은 현실적이다. | + | |
아이들은 놀고 있고, 연인들은 서로 끌어안는다, | 아이들은 놀고 있고, 연인들은 서로 끌어안는다, | ||
- | |||
진지하게, | 진지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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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자기도 모르게 좀더 걸어간다. 그는 어느 젊은 비탄을 | 젊은이는 자기도 모르게 좀더 걸어간다. 그는 어느 젊은 비탄을 | ||
- | + |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릴케는 ' | |
- |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65)의 뒤를 따라 초원으로 들어선다, | + | |
그녀가 말한다 : | 그녀가 말한다 : | ||
- | |||
― 좀 멀어요, 우리는 저기 바깥쪽에 살고 있어요…… | ― 좀 멀어요, 우리는 저기 바깥쪽에 살고 있어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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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따라간다. 그녀의 자태에 그의 마음이 끌렸다. 어깨와 목덜미 ―, | 따라간다. 그녀의 자태에 그의 마음이 끌렸다. 어깨와 목덜미 ―, | ||
- | |||
그녀는 귀한 가문 출신인가봐. 그러나 그는 그녀를 그냥 두고서 | 그녀는 귀한 가문 출신인가봐. 그러나 그는 그녀를 그냥 두고서 | ||
- | + | 돌아가다가 돌아서서 손짓을 한다…… 부질없는 짓. 그녀는 비탄인걸. | |
- | 돌아가다가 돌아서서 손짓을 한다…… 부질없는 짓. 그녀는 비탄인걸. | + | |
- | + | ||
- | + | ||
다만 어려서 죽은 자들만이 처음으로 맞는, 시간을 넘어선 | 다만 어려서 죽은 자들만이 처음으로 맞는, 시간을 넘어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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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함의 상태에서, | 평온함의 상태에서, | ||
- | |||
사랑으로 그녀의 뒤를 따른다. 그녀는 소녀들을 | 사랑으로 그녀의 뒤를 따른다. 그녀는 소녀들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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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가 그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에게 살며시 | 기다렸다가 그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에게 살며시 | ||
- | |||
몸에 지는 것을 보여준다. 고통의 진주알들과 인내의 | 몸에 지는 것을 보여준다. 고통의 진주알들과 인내의 | ||
- | |||
고운 면사포. ― 그녀는 소년들과 함께 걸어간다, | 고운 면사포. ― 그녀는 소년들과 함께 걸어간다, | ||
- | |||
말 없이. | 말 없이. | ||
- | |||
- | |||
그러나 그들이 사는 계곡에 이르자, 어느 노파가, 비탄의 | 그러나 그들이 사는 계곡에 이르자, 어느 노파가, 비탄의 | ||
- | + | 노파 하나가 소년((' | |
- | 노파 하나가 소년66)의 물음에 대답한다 : 우리는 | + | |
위대한 종족이었지. 그녀가 말한다. 옛날에, 우리 비탄들은. | 위대한 종족이었지. 그녀가 말한다. 옛날에, 우리 비탄들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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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큰 산에서 광산일을 했어. 사람들에게서 가끔 | 저기 큰 산에서 광산일을 했어. 사람들에게서 가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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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럽게 연마된 태곳적 고통 덩어리나, | 매끄럽게 연마된 태곳적 고통 덩어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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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화산에서 캐낸, 화석이 된 분노 찌꺼기를 볼 거야. | 오래된 화산에서 캐낸, 화석이 된 분노 찌꺼기를 볼 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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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게 다 저기서 나온 거지. 옛날에 우린 부자였어. ― | 그래, 그게 다 저기서 나온 거지. 옛날에 우린 부자였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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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를 드넓은 비탄의 풍경 속으로 가볍게 이끌어, | 그리고 그를 드넓은 비탄의 풍경 속으로 가볍게 이끌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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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사원들의 기둥이나 허물어진 성들을 보여준다, | 그에게 사원들의 기둥이나 허물어진 성들을 보여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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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한때 비탄의 영주들이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 그곳에선 한때 비탄의 영주들이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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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었다. 그녀는 그에게 우람한 눈물의 나무들과 | 베풀었다. 그녀는 그에게 우람한 눈물의 나무들과 | ||
- | |||
꽃 피어나는 슬픔의 밭들을 보여준다, | 꽃 피어나는 슬픔의 밭들을 보여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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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은 이것을 부드러운 나뭇잎으로만 알고 있다) | (산 자들은 이것을 부드러운 나뭇잎으로만 알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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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에게 풀을 뜯고 있는 슬픔의 짐승들을 보여준다, | 그녀는 그에게 풀을 뜯고 있는 슬픔의 짐승들을 보여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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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가끔 새 한마리가 놀라서 그들의 시야 안으로 | 그때 가끔 새 한마리가 놀라서 그들의 시야 안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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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날아가면서 곳곳에 제 고독한 울음의 그림을 그려놓는다. | 낮게 날아가면서 곳곳에 제 고독한 울음의 그림을 그려놓는다. | ||
- | |||
저녁이 되자 그녀는 그를 비탄 가문의 노인들의 무덤으로 | 저녁이 되자 그녀는 그를 비탄 가문의 노인들의 무덤으로 | ||
- | |||
안내한다, | 안내한다, | ||
- | |||
그러나 밤이 다가오자, | 그러나 밤이 다가오자, | ||
- | |||
달이 떠오르고, | 달이 떠오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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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변에 있는 것과 쌍둥이 같다 : | 나일 강변에 있는 것과 쌍둥이 같다 : | ||
- | |||
엄숙한 모습의 스핑크스, | 엄숙한 모습의 스핑크스, | ||
- | |||
말 없는 묘혈의 얼굴. | 말 없는 묘혈의 얼굴. | ||
- | |||
그리고 그들은 왕관을 쓴 머리를 보고 놀란다, | 그리고 그들은 왕관을 쓴 머리를 보고 놀란다, | ||
- | |||
그 머리는 무게를 재려고 사람의 얼굴을 | 그 머리는 무게를 재려고 사람의 얼굴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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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저울에 올려놓고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 | 별들의 저울에 올려놓고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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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은 그의 이른 죽음으로 아직 어지러워 | 그의 시선은 그의 이른 죽음으로 아직 어지러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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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 그 광경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 ||
- | |||
왕관의 테두리 뒤에서 나와, 부엉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러자 | 왕관의 테두리 뒤에서 나와, 부엉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러자 | ||
- | |||
부엉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숙하게 둥근 | 부엉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숙하게 둥근 | ||
- | |||
뺨을 따라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 뺨을 따라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 ||
- | |||
죽음에 이어 생긴 새로운 청각 위에다 | 죽음에 이어 생긴 새로운 청각 위에다 | ||
- |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윤곽을 부드럽게 그려넣는다,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윤곽을 부드럽게 그려넣는다, | ||
- | + | 양쪽으로 펼쳐진 책((고통의 나라의 별들은 새롭다. 이것들은 현대의 생활 세계에서 완전히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속에다 써넣듯이. | |
- | 양쪽으로 펼쳐진 책67)속에다 써넣듯이. | + | |
그리고 더 높은 곳에는 별들. 새로운 별들. 고통의 나라의 별들. | 그리고 더 높은 곳에는 별들. 새로운 별들. 고통의 나라의 별들. | ||
- | + | 비탄은 별들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본다 : ― 이쪽을 봐, | |
- | 비탄은 별들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본다68) : ― 이쪽을 봐, | + | //기수, 지팡이//가 있지. 그리고 아주 밀집해 있는 저 별자리를 |
- | + | 이곳에서는 | |
- | 기수, 지팡이가 있지. 그리고 아주 밀집해 있는 저 별자리를 | + | //요람 ; 길 ; 타오르는 책 ; 인형 ; 창문//이 있지. |
- | + | ||
- | 이곳에서는 열매의 화환이라고 불러. 다음엔, 계속, 극 쪽을 봐 : | + | |
- | 요람 ; 길 ; 타오르는 책 ; 인형 ; 창문이 있지. | + | |
그렇지만 남쪽 하을에는 성스러운 손바닥의 | 그렇지만 남쪽 하을에는 성스러운 손바닥의 | ||
안쪽처럼 순수하게 밝게 빛나는 ' | 안쪽처럼 순수하게 밝게 빛나는 ' | ||
이건 어머니들을 뜻하지…… | 이건 어머니들을 뜻하지…… | ||
- | |||
그러나 죽은 젊은이는 떠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이 든 비탄은 | 그러나 죽은 젊은이는 떠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이 든 비탄은 | ||
줄 3271: | 줄 3147: | ||
그 이름을 부르면서, | 그 이름을 부르면서, | ||
이것은 생명을 잉태하는 물결이지. ㅡ | 이것은 생명을 잉태하는 물결이지. ㅡ | ||
- | |||
그들은 산 발치에 이른다. | 그들은 산 발치에 이른다. | ||
그때 비탄은 그를 포옹한다, | 그때 비탄은 그를 포옹한다, | ||
- | |||
홀로 그는 올라간다, | 홀로 그는 올라간다, | ||
그의 발걸음에서는 소리 럾는 운명의 소리 한 번 울리지 않는다. | 그의 발걸음에서는 소리 럾는 운명의 소리 한 번 울리지 않는다. | ||
- | |||
그러나 그들, 영원히 죽은 자들이 우리에게 하나의 비유를 일깨워주었다면, | 그러나 그들, 영원히 죽은 자들이 우리에게 하나의 비유를 일깨워주었다면, | ||
줄 3286: | 줄 3159: | ||
비를 생각했을까, | 비를 생각했을까, | ||
- | + | 그리고 | |
- | 그리고 솟아오르는 행복만을 | + | |
생각하는 우리는 | 생각하는 우리는 | ||
- | 행복이 떨어질 때면 | + | 행복이 |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리라. |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리라. | ||
</ | </ | ||
줄 3656: | 줄 3528: | ||
</ | </ | ||
+ | =====해설===== | ||
+ | |||
+ | ++++< | ||
+ | |||
+ | 《두이노의 비가》는 1912년 1월 하순에 시작하여 1922년 2월 26일에 완성되었다. 10년이 넘게 걸린 작품이다. 릴케는 첫 < | ||
+ | |||
+ | < | ||
+ | <color #4000FF> | ||
+ |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 ||
+ |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 ||
+ |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 ||
+ |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 ||
+ |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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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케 스스로 천재적 정신의 결정적인 업적으로 여긴 대작 《두이노의 비가》의 이 첫 구절에서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대담한 메타포, 암호화된 상징, 현 시대와 동떨어진 것들의 시적 수용, 언어의 웅장함과 모호성,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비장감, 그로 인한 해석상의 열린 특성, 이것이 우리가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리라. 바로 이로 인해 《두이노의 비가》는 현대 독일시 중 가장 접근하기 힘든 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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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 10편의 복잡한 상징 체계로 이루어진 이 연작시에 외견상으로나마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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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보잘것 없음에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시적 자아는 이 상상의 높은 존재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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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or #4000FF> | ||
+ | 일찍 성취된 것들, 너희들 창조의 응석꾸러기들, | ||
+ | 모든 창조의 산맥들, 아침 노을 드리운\\ | ||
+ | 산마루, | ||
+ | 빛의 뼈마디, 복도들, 계단들, 왕좌들, | ||
+ | 날뛰는 감정의 붐빔, 그리고 갑자기 하나씩 나타나는\\ | ||
+ | 거울들: | ||
+ | 다시 제 얼굴에 퍼담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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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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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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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의 세계에서는 역사적이고 인간적인 신간의 구조가 탈락된다. 그래서 천사에게는 과거와 현재의 구별이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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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이노의 비가》 내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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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비가는 첫 머리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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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운 리듬뿐만 아니라 형상세계의 완결성으로 인해 《비가》 전체에서 우뚝 솟은 제5비가는 《비가》의 중심 축을 형성한다. 여기서 인간 존재를 비유하는 시적 대상은 파리의 곡예사 일가이다. 시인은 능숙하기는 하지만 영혼이 없고 기계적인 그들의 ' | ||
+ | |||
+ | 보통의 인간 존재는 늘 인생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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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은 곧 변용의 문제와 직결된다. 형체도 없는 기술 시대의 시대 정신에 의해 지배되는 시대에 자꾸만 벌어지는, | ||
+ | |||
+ | 제8비가는 리듬상으로 다시 축소되어 다시 한번 비판의 음조를 띤다. 여기서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생물 사이의 차이는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의식에 의해서 모든 자연스런 생물 존재들과 떨어져서 모든 생물들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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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color #4000FF> | ||
+ | 대지여, | ||
+ | 보이지 않게 다시 한번 살아나는 것. ― 언젠가 눈에 보이지\\ | ||
+ | 않게 되는, 그것이 그대의 꿈이 아니던가? | ||
+ | 변용이 아니라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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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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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케가 스스로의 해석에서 《두이노의 비가》의 본래적인 의미이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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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or #4000FF> | ||
+ | 언젠가 나 이 무서운 인식의 끝마당에 서서\\ | ||
+ | 화답하는 천사들을 향해 환호와 찬양의 노래를 부르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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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비가는 비탄과 환호 사이의 균형감을 보여준다. 이 연작시의 대구적인 구조가 웅대하고 치밀한 메타포의 신화적 비전 속에 하나로 합쳐지고 지양되어 나타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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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이노의 비가》가 완성된 즈음에 쓴 《젊은 노동자의 편지》에서 릴케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