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e.kr

차이

문서의 선택한 두 판 사이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차이 보기로 링크

양쪽 이전 판 이전 판
다음 판
이전 판
문학:국문학:현대시:신춘문예_당선시 [2020/08/31 16:55]
clayeryan@gmail.com [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문학:국문학:현대시:신춘문예_당선시 [2023/11/30 20:05] (현재)
clayeryan@gmail.com [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줄 1: 줄 1:
-{{keywords>신춘문예 당선 시}}+{{indexmenu_n>2}} 
  
 ====== 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 ====== 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
  
 +{{https://nme.kr/hanpoem/|텍스트 시 낭독}}
 =====신춘문예 제도의 의미와 한계===== =====신춘문예 제도의 의미와 한계=====
  
줄 40: 줄 41:
 =====당선 시인과 작품 리스트===== =====당선 시인과 작품 리스트=====
  
 +**(1955~1997)**년도 작품 업데이트
 ====1955년도==== ====1955년도====
  
줄 1272: 줄 1274:
 </poem>++++ </poem>++++
 ◈서울신문 ◈서울신문
-++++야로<박응석>|+++++야로<박응석>|<poem>
  
 1 1
줄 1325: 줄 1327:
 ◈조선일보 ◈조선일보
 ++++효종대왕릉망두석<최 원>| ++++효종대왕릉망두석<최 원>|
 +<poem>
  너의 고운 숨결은 흐르고 있구나.  너의 고운 숨결은 흐르고 있구나.
  그렇게도 크낙한 사랑으로 뫼시던 너의 임이 마지막 이울어  그렇게도 크낙한 사랑으로 뫼시던 너의 임이 마지막 이울어
줄 3320: 줄 3322:
  
 ◈서울신문 ◈서울신문
-++++찬 가<박상배>|+++++찬 가<박상배>|<poem>
  
 잘난 아이들과 더불어 잘난 아이들과 더불어
줄 3568: 줄 3570:
 ◈한국일보 ◈한국일보
 ++++목선들의 뱃머리가<이건>| ++++목선들의 뱃머리가<이건>|
 +<poem>
 가장 밝은 귀로 듣는다. 가장 밝은 귀로 듣는다.
 목선들의 뱃머리가  목선들의 뱃머리가 
줄 5241: 줄 5243:
 ====1972년==== ====1972년====
  
-++++창<이선렬>|+++++창<이선렬>|<poem>
  
 창은 빛으로 휘장을 두른  창은 빛으로 휘장을 두른 
줄 7483: 줄 7485:
  
 ++++날아라, 시간의 포충강에  ++++날아라, 시간의 포충강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장석주>|+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장석주>|<poem>
 1 1
 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줄 7661: 줄 7663:
 ++++유년시절<하재봉>| ++++유년시절<하재봉>|
 <poem> <poem>
-1. 강 마 을 +**강마을** 
-외사촌형의 새총을 훔쳐 들고 젖어있는 새벽강의 머리맡을 + 
-돌아 +외사촌형의 새총을 훔쳐 들고 젖어있는 새벽강의 머리맡을 돌아 갈대숲에 몸을 숨길 때, 떼서리로 날아오르는 새떼들의 날개 끝에서
-갈대숲에 몸을 숨길 때, 떼서리로 날아오르는 새떼들의 날개 +
-끝에서+
 물보라처럼 피어나는 그대 무지개를 보았나요? 물보라처럼 피어나는 그대 무지개를 보았나요?
  
-일곱 개 빛의 미끄럼틀을 타고 새알 주으러 쏘다니던 강안에 +일곱 개 빛의 미끄럼틀을 타고 새알 주으러 쏘다니던 강안에서 무수히 많은 눈물끼리 모여 흐르는 강물 위로 한 웅큼씩 어둠을 뜯어 
- +내버리면, 저물녘에는 이윽고 빈 몸으로 남아 다시 갈대숲으로 쓰러지고요 
-무수히 많은 눈물끼리 모여 흐르는 강물 위로 한 웅큼씩 어 + 
-둠을 뜯어 +둥지를 나와 흔들리는 바람을 타고 강의 하구까지 내려갔다가 그날 노을 거느리며 돌아오던 새떼들의 날개는 불타고 있었던가? 
-내버리면, 저물녘에는 이윽고 빈 몸으로 남아 다시 갈대숲으 +어느덧 온 강마을이 불타오르고 그 속을 나는 미친 듯이 새알을 찾아 뛰어다녔지요 
-로 쓰러지고요+ 
 +**쥐불놀이** 
 + 
 +맨발로 오래된 바람의 건반을 밟으며 아이들의 긴 그림자가 사라진다 노을속으로, 목 쉰 풍금소리 꽃잎처럼 지는 들녘에 어둠은 웬 
 +소년 하나를 세워두고 지나간다. 간다. 노을밭 지나며 훔친 불씨 속살속에 감춘 아이들 
 + 
 +한 짐 어둠을 메도 달집 가까이 떠나고, 알몸의 또 한 무리는 노을의 뿌리밑 그 잠으로 엉킨 언덕으로 내려간다. 풀어놓는 짐으로 깊은 어둠의 집을 만든다, 달무리가 지고 지붕밑에 불씨 붙여 
 + 
 +온 누리 가득차게 달빛 일으키는 정월 대보름의 아이들 빈 몸으로 어둠속에 숨어있던 소년은, 새벽녘 마른 가슴 부비어 불을 지피고 
 + 
 +**병정놀이**
  
-둥지를 나와 흔들리는 바람을 고 강의 하구까지 내려갔다 +바람잦은 산지마을 야선 너머로 횃불이 올랐다. 무덤 뒤에 웅크린 슴도치를 긴장한 머리카락 사이로 수채화처럼 번는 어둠. 나뭇지 허에 찬 대장, 격명령을 내렸.
-그날 노을 거느며 아오던 새떼들의 날개는 불타고 있었 +
-던가? +
-어느덧 온 강마이 불타오르고 그 속을 나는 미친 듯이 새 +
-알을 찾아 뛰어녔지요+
  
-맨발로 오래된 바람의 건반을 밟으며 아들의 긴 림자가 +서낭당 처마 들썩이며 바람이 풀어놓은 도깨비불, 동란때 치마 찢기고 목매단 물방앗간 누나 그 눈, 겁많은 소년 덤불 속으로 숨고 워지면 어김없이 끈적거리는 바람뒤집어진
-사라진다 +
-노을속으로, 목 쉰 풍금소리 꽃잎처럼 지는 들녘에 둠은 웬 +
-소년 하나를 세두고 +
-나간다간다. 노을밭 지나며 훔친 불씨 속살속에 감춘 아 +
-이들+
  
-한 짐 어둠을 메도 달집 가까이 떠나고알몸의 또 한 무리는 +애들은 백여우 꼬리 번뜩이며 백 번 둔갑을 한다. 발정한 바람에 실려 아이들은 홀린 듯이, 산 너머너머로 흘러니고 찢는 신음소리, 누나는 온 숲 퍼렇게 불을 댕겨 린 병정들을 태워버리니,
-노을의 뿌리밑 그 잠으로 엉킨 언덕으로 내려간. 풀 +
-짐으로 +
-깊은 둠의 집을 만든다달무리가 지고 지붕밑에 불시붙여+
  
-온 누리 가득차게 달빛 일으키는 정월 대보름의 아이들 
-빈 몸으로 어둠속에 숨어있던 소년은. 
-시벽녘 마른 가슴 부비어 불을 지피고 
 </poem>++++ </poem>++++
  
줄 9900: 줄 9895:
  
 ◈경향신문-김종해, 유근조 선  ◈경향신문-김종해, 유근조 선 
-++++이 달에는 주여<조성화>    +++++이 달에는 주여<조성화>|<poem>     
  
 주여 이 달에는 제법 살만하게 하소서 주여 이 달에는 제법 살만하게 하소서
줄 10197: 줄 10192:
 </poem>++++ </poem>++++
 ◈세계일보 ◈세계일보
-++++슬픈 바퀴<박윤규>|+++++슬픈 바퀴<박윤규>|<poem>
 -브레히트를 생각함 -브레히트를 생각함
  
줄 10265: 줄 10260:
 </poem>++++ </poem>++++
 ◈한국일보 ◈한국일보
-++++家具의 힘<박형준>|+++++家具의 힘<박형준>|<poem>
  
 얼마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얼마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줄 10307: 줄 10302:
 </poem>++++ </poem>++++
 ◈경향신문 ◈경향신문
-++++황야의 정거장<서규정>|+++++황야의 정거장<서규정>|<poem>
  -복지국가로 가는 차표를  -복지국가로 가는 차표를
   어디서 팔고 있는지 모르십니까-   어디서 팔고 있는지 모르십니까-
줄 10320: 줄 10315:
 </poem>++++ </poem>++++
 ◈조선일보 ◈조선일보
-++++오늘 서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이재성>|+++++오늘 서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이재성>|<poem>
  
 바늘을 한 웅큼 삼킨, 바늘을 한 웅큼 삼킨,
줄 10671: 줄 10666:
  
 ◈동아일보 ◈동아일보
-++++갈 수 없는 그곳<반칠환>|+++++갈 수 없는 그곳<반칠환>|<poem>
  
  그렇지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사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다는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험준한 것이겠습니까. 새벽이 되기 전 모두 여장을 꾸립니다. 탈것이 발달된 기금 혹은 자가용으로, 전세 버스로, 더러는 자가 헬기로, 여유치 못한 사람들 도보로 나섭니다. 우는 아이 볼기 때리면 병든 부모 손수레에 싣고 길 떠나는 사람들, 오기도 많이 왔지만 아직 그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러는 도복을 입은 도사들 그곳에 가까왔다는 소문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합니다. 낙타가 바늘귀 빠져가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그곳, 그러나 바늘귀도 오랜 세월 삭아 부러지고 굳이 더이상 통과할바늘귀도 없이 자가용을 가진 많은 사람들, 벌써 그곳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건너가야 할 육교나 지하도도 없는 곳, 도보자들이 몰려 있는 횡단보도엔 연이은 차량, 그들에게 그곳으로 가는 신호등은 언제나 빨간불입니다. 오랜 기간 지친 사람들, 무단 횡단을 하다가 즉심에 넘아가거나 허리를 치어 넘어지곤 합니다. 갈 수 없는 그곳, 그러나 모두 떠나면 누가 이곳에 남아 씨 뿌리고 곡식 거둡니까. 아름다운 사람들, 하나 둘 돌아옵니다. 모두 떠나고  그렇지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사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다는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험준한 것이겠습니까. 새벽이 되기 전 모두 여장을 꾸립니다. 탈것이 발달된 기금 혹은 자가용으로, 전세 버스로, 더러는 자가 헬기로, 여유치 못한 사람들 도보로 나섭니다. 우는 아이 볼기 때리면 병든 부모 손수레에 싣고 길 떠나는 사람들, 오기도 많이 왔지만 아직 그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러는 도복을 입은 도사들 그곳에 가까왔다는 소문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합니다. 낙타가 바늘귀 빠져가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그곳, 그러나 바늘귀도 오랜 세월 삭아 부러지고 굳이 더이상 통과할바늘귀도 없이 자가용을 가진 많은 사람들, 벌써 그곳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건너가야 할 육교나 지하도도 없는 곳, 도보자들이 몰려 있는 횡단보도엔 연이은 차량, 그들에게 그곳으로 가는 신호등은 언제나 빨간불입니다. 오랜 기간 지친 사람들, 무단 횡단을 하다가 즉심에 넘아가거나 허리를 치어 넘어지곤 합니다. 갈 수 없는 그곳, 그러나 모두 떠나면 누가 이곳에 남아 씨 뿌리고 곡식 거둡니까. 아름다운 사람들, 하나 둘 돌아옵니다. 모두 떠나고
줄 10678: 줄 10673:
  
 ◈경향신문 ◈경향신문
-++++와 디<소을석>|+++++와 디<소을석>|<poem>
  -우리 시대의 강  -우리 시대의 강
  
줄 10799: 줄 10794:
 ◈중앙일보 ◈중앙일보
 ++++流配詩帖<고두현>| ++++流配詩帖<고두현>|
- -남해 가는 길+ <poem>-남해 가는 길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줄 10857: 줄 10852:
 ◈서울신문 ◈서울신문
 ++++한강 강매기<김현파>| ++++한강 강매기<김현파>|
 +<poem>
 옅은 안개 깔린 강 표면에서 솟구치는 옅은 안개 깔린 강 표면에서 솟구치는
 비둘기보다 큰 새를 보았다 차량행렬 위를 비둘기보다 큰 새를 보았다 차량행렬 위를
줄 11008: 줄 11003:
 ◈매일신문 ◈매일신문
 ++++삼월의 주남池<윤우>| ++++삼월의 주남池<윤우>|
 +<poem>
 겨울 동안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던 새는 겨울 동안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던 새는
 유년의 흑백사진 같은 빈 둥지만 남긴 채 유년의 흑백사진 같은 빈 둥지만 남긴 채
줄 11105: 줄 11100:
  
 ◈중앙일보 ◈중앙일보
-++++폴리그래프·27<김민희>|+++++폴리그래프·27<김민희>|<poem>
    --얼음 물고기    --얼음 물고기
  
줄 11114: 줄 11109:
 </poem>++++ </poem>++++
 ◈동아일보 ◈동아일보
-++++거듭나기<김지연>|+++++거듭나기<김지연>|<poem>
  
 보일 듯 말 듯한 가슴 아래 손가락을 넣어 본다. 보일 듯 말 듯한 가슴 아래 손가락을 넣어 본다.
줄 11145: 줄 11140:
  
 ◈서울신문 ◈서울신문
-++++숲속의 섬<김 혁>|+++++숲속의 섬<김 혁>|<poem>
  
 바람도 풀꽃들도 다 철길을 따라 달리곤 했지 바람도 풀꽃들도 다 철길을 따라 달리곤 했지
줄 11173: 줄 11168:
 </poem>++++ </poem>++++
 ◈매일신문 ◈매일신문
-++++유월의 살구나무<김현식>|+++++유월의 살구나무<김현식>|<poem>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줄 11333: 줄 11328:
 ◈세계일보 ◈세계일보
 ++++자전거에 대하여<윤을식>| ++++자전거에 대하여<윤을식>|
 +<poem>
 두 바퀴 위에 한 사내 두 바퀴 위에 한 사내
  
줄 11369: 줄 11364:
 ◈중앙일보 ◈중앙일보
 ++++배고픔은 그리움이거나 슬픔이다<윤지영>| ++++배고픔은 그리움이거나 슬픔이다<윤지영>|
 +<poem>
  식구들이 잠들어  식구들이 잠들어
  오히려 부산한 여름밤  오히려 부산한 여름밤
줄 11527: 줄 11522:
 ◈매일신문 ◈매일신문
 ++++나르시스를 위하여<류외향>| ++++나르시스를 위하여<류외향>|
 +<poem>
 기억하고 싶었어요 하마 삐그덕거리는 기억하고 싶었어요 하마 삐그덕거리는
 시간에 얹혀 제 한 몸 돌보지 못하는 시간에 얹혀 제 한 몸 돌보지 못하는
줄 11758: 줄 11753:
 어두움을 더 어둠답게 하는 것이 어두움을 더 어둠답게 하는 것이
 흔들리는 양초 불빛이듯 흔들리는 양초 불빛이듯
-빈 방 이 깊은 속에도+빈 방 이 깊은 잔 속에도
 흠없이 강림하는 이름 흠없이 강림하는 이름
 지키고 싶은 어둠 있어서 지키고 싶은 어둠 있어서
줄 11869: 줄 11864:
  
 ◈동아일보 가작 입선작 ◈동아일보 가작 입선작
-부드러운 감옥<이경임> +++++부드러운 감옥<이경임>| 
 +<poem>
  아침, 너울거리는 햇살들을 끌어당겨 감옥을 짓는다, 아니 둥지라고 할까 아무래도 좋다 냄새도 뼈도 없는, 눈물도 창문도 매달려 있지 않은 부드러운 감옥을 나는 뜨개질한다 나는 높은 나무에 매달리는 정신의 모험이나 푸른 잎사귀를 찾아 먼 곳으로 몸이 허물도록 기어다니는 고행을 하지 않는다 때로 거리의 은행나무 가로ㅜ들을 바라본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잎새들의 춤이 바람이 불 때면 햇살 속에서 눈부시다 잎새들은 우우 일어서며 하늘 속으로 팔을 뻗는다 내가 밟아 보지 못한 땅의 모서리나 계곡의 풍경이 나를 밟고 걸어간다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걸어나가고 싶다  아침, 너울거리는 햇살들을 끌어당겨 감옥을 짓는다, 아니 둥지라고 할까 아무래도 좋다 냄새도 뼈도 없는, 눈물도 창문도 매달려 있지 않은 부드러운 감옥을 나는 뜨개질한다 나는 높은 나무에 매달리는 정신의 모험이나 푸른 잎사귀를 찾아 먼 곳으로 몸이 허물도록 기어다니는 고행을 하지 않는다 때로 거리의 은행나무 가로ㅜ들을 바라본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잎새들의 춤이 바람이 불 때면 햇살 속에서 눈부시다 잎새들은 우우 일어서며 하늘 속으로 팔을 뻗는다 내가 밟아 보지 못한 땅의 모서리나 계곡의 풍경이 나를 밟고 걸어간다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걸어나가고 싶다
  
  거리에 가로등이 켜진다 가로등은 따뜻한 새알 같다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새어나온다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가로등 쪽으로 걸어간다 지상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가로등을 지나쳐 지하도 입구 속으로 사라진다 옆구리를 더듬어 본다 하루 종일 허공에 매달려 있던 거미가 기어 나온다 거미의 그물을 뒤져본다 낡은 점자책이 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 나의 뻣뻣한 손가락이 닳아진 종이 위의 요철 무늬들을 더듬는다 몇 번을 솟아오르다 또 그만큼 곤두박질친 다음에야 희망이란 활자를 읽어낸다 문장들이 자꾸만 끊어진다 길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거리에 가로등이 켜진다 가로등은 따뜻한 새알 같다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새어나온다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가로등 쪽으로 걸어간다 지상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가로등을 지나쳐 지하도 입구 속으로 사라진다 옆구리를 더듬어 본다 하루 종일 허공에 매달려 있던 거미가 기어 나온다 거미의 그물을 뒤져본다 낡은 점자책이 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 나의 뻣뻣한 손가락이 닳아진 종이 위의 요철 무늬들을 더듬는다 몇 번을 솟아오르다 또 그만큼 곤두박질친 다음에야 희망이란 활자를 읽어낸다 문장들이 자꾸만 끊어진다 길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poem>++++
  
 ◈매일신문 ◈매일신문
-의자·계단·창문<김현옥> +++++의자·계단·창문<김현옥>| 
 +<poem>
 낡고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아 낡고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아
 그녀는 창 밖을 건너다보며 그녀는 창 밖을 건너다보며
줄 11905: 줄 11900:
 내 몸의 창문들, 그 수만 개의 이파리들 활짝 열면 내 몸의 창문들, 그 수만 개의 이파리들 활짝 열면
 바람과 햇빛들 놀러와 나를 투명하게 반짝여 대지> 바람과 햇빛들 놀러와 나를 투명하게 반짝여 대지>
 +</poem>++++
  
 ◈문화일보 ◈문화일보
-지하역<이기와> +++++지하역<이기와>| 
 +<poem>
 지하 30미터, 지하 30미터,
 한때는 만개한 꽃처럼 한때는 만개한 꽃처럼
줄 11945: 줄 11940:
 언젠가는 출구 없는 지하역에서 영원히 맴돌지라도 언젠가는 출구 없는 지하역에서 영원히 맴돌지라도
 아직은 살아 지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살아 지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poem>++++
  
 ◈부산일보 ◈부산일보
-먼집<손순미> +++++먼집<손순미>| 
 +<poem>
   문 밖엔 늦은 저녁이 서 있다  폐타이어가 엮어진 지붕 위 설익은 꿈이 자주 바람에 들춰져도 마음들은 꼭꼭 여미고 산다 가파른 골목을 밀고 온 지친 눈들 불빛을 당기고 부엌으로 들어간 식욕은 세간살이를 달그락거린다 시렁 위엔 칸칸이 달빛이 포개져 있고 간고들어 한 마리 온 식구들을 구워낸다 오순도순 둘러앉은 눈빛들 한 그릇씩 비워내는 얘기에 아랫목 온기가 올라온다 식구들 한 이불의 별빛을 덮고 자면 어둠이 풀풀 새어나오는 집집이 몇 채의 꿈을 꾼다   문 밖엔 늦은 저녁이 서 있다  폐타이어가 엮어진 지붕 위 설익은 꿈이 자주 바람에 들춰져도 마음들은 꼭꼭 여미고 산다 가파른 골목을 밀고 온 지친 눈들 불빛을 당기고 부엌으로 들어간 식욕은 세간살이를 달그락거린다 시렁 위엔 칸칸이 달빛이 포개져 있고 간고들어 한 마리 온 식구들을 구워낸다 오순도순 둘러앉은 눈빛들 한 그릇씩 비워내는 얘기에 아랫목 온기가 올라온다 식구들 한 이불의 별빛을 덮고 자면 어둠이 풀풀 새어나오는 집집이 몇 채의 꿈을 꾼다
   신발들 저희끼리 내일을 쓰윽 신어본다   신발들 저희끼리 내일을 쓰윽 신어본다
 +</poem>++++
  
 ◈서울신문 ◈서울신문
-폐차장 근처<박남희>+++++폐차장 근처<박남희>| 
 +<poem>
  
 이곳에 있는 바퀴들은 이미 속도를 잃엇다. 이곳에 있는 바퀴들은 이미 속도를 잃엇다.
줄 11987: 줄 11983:
 바람은 내 속에 바람은 내 속에
 절망하지 않는 새로운 씨앗을 묻는다 절망하지 않는 새로운 씨앗을 묻는다
 +</poem>++++
  
 ◈세계일보 ◈세계일보
-정동진 驛<김영남> +++++정동진 驛<김영남>| 
 +<poem>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그 마을에 가면
줄 12010: 줄 12006: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驛舍,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驛舍,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poem>++++
  
 ◈조선일보 ◈조선일보
-220번지 첫번째 길가 7호<박균수> +++++220번지 첫번째 길가 7호<박균수>| 
 +<poem>
  안에서는 도무지 날씨를 짐작할 수  안에서는 도무지 날씨를 짐작할 수
  없었다 창틀에는 평행한 세로줄 위에 하트 모양이 붙어 있는 쇠창살이  없었다 창틀에는 평행한 세로줄 위에 하트 모양이 붙어 있는 쇠창살이
줄 12037: 줄 12033:
  썩는 냄새에 빨리 잠들었다 인기척에 깨어 나가보면  썩는 냄새에 빨리 잠들었다 인기척에 깨어 나가보면
  낯익은 벌레의 알들이 문가에 버려져 있었다  낯익은 벌레의 알들이 문가에 버려져 있었다
- + </poem>++++
  
 ◈중앙일보(가작·1) ※당선작 없음. ◈중앙일보(가작·1) ※당선작 없음.
-안개바다<이성일> +++++안개바다<이성일>| 
 +<poem>
  
   1   1
줄 12075: 줄 12071:
 안개경보 울린다. 안개 속에서 안개경보 울린다. 안개 속에서
 안개로 풀어진 者들의 신음, 안개로 풀어진 者들의 신음,
 +</poem>++++
  
 ◈중앙일보(가작·2) ◈중앙일보(가작·2)
-가족일기<이용규> +++++가족일기<이용규>| 
 +<poem>
  
  발가락이 가려웠다. 노을 밑으로 낙엽들이  발가락이 가려웠다. 노을 밑으로 낙엽들이
줄 12107: 줄 12103:
  세월은 넘지 못하는 것일까. 누이의 이마 하나,  세월은 넘지 못하는 것일까. 누이의 이마 하나,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poem>++++
  
 ◈한국일보 ◈한국일보
-야경(夜警)<이대의> +++++야경(夜警)<이대의>| 
 +<poem>
 자정이 넘은 밤길. 자정이 넘은 밤길.
 눈발은 그치고 눈발은 그치고
줄 12124: 줄 12120:
 야경을 돈다. 야경을 돈다.
 북을 두드리며 마을을 돈다. 북을 두드리며 마을을 돈다.
 +</poem>++++
  
 +====1998년====
  
 +◈중앙일보
 +++++3월 <조은길>|
 +<poem>
 +벚나무 검은 껍질을 뚫고
 +갓 태어난 젖빛 꽃망울들 따뜻하다
 +햇살에 안겨 배냇잠 자는 모습 보면
 +나는 문득 대중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뽀오얀 수증기 속에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여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서로서로 등도 밀어 요구르트도 나누어   마시며
 +볼록하거나 이미 홀쭉해진 젖가슴이거나
 +엉덩이거나 검은 음모에 덮여 있는
 +그 위대한 생산의 집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마을 시장 구석자리에서 날마다 생선을 파는
 +생선 비린내보다
 +니코틴 내가 더 지독한 늙은 여자의
 +물간 생선을 떨이해 주고 싶다
 +나무껍질 같은 손으로 툭툭 좌판을 털면  울컥 일어나는 젖비린내 아~
 +어머니
 +어두운 마루에 허겁지겁 행상 보따리를 내려놓고
 +퉁퉁 불어 푸릇푸릇 핏줄이 불거진
 +젖을 물리시던 어머니
 +
 +3월 구석구석마다 젖내가·····어머니
 +그립다.</poem>++++
 +
 +◈서울신문
 +++++望海寺 <이병욱>|
 +<poem>
 +대나무 잎새 몸부비는 소리 등에 업고
 +바다를 바라보는 망해사,
 +파도가 읊어대는 경전 소리에
 +처마끝 종소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절간을 지나는 동자스님의
 +발걸음이 바람에 떠밀리는 마른잎 같다
 +파도소리, 묵묵한 바위의 등을 내리칠 때마다
 +허공을 떠다니는 낮은 소리들
 +단청 없는 대웅전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발걸음도 대웅전 앞으로 밀려간다
 +낮은 숨소리 웅웅대는 절터를 비추며
 +조용히 내려앉는 서녘 해,
 +노을빛 단청을 그린다
 +내 얼굴에도 단청이 그려졌을까
 +바다로 발을 옮겨 얼굴을 비추며
 +이내 얼굴을 삼키는 허연 물거품
 +귓가에 파도의 일렁거림만 맴돌고
 +바다의 들숨에 석양마저 빨려 들어간다
 +법구경 읊는 소리도 바다 밑으로 묻혀진 걸까
 +쉴새없이 어둠을 내뿜는 잔주름 깊은 바다,
 +잔불 소리도 없이 내 속을 비워내고
 +바닷바람 소리없이 범종을 흔드는 망해사,
 +아무 말없이 바다 위로 단청을 털어내고 있다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