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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신춘문예 제도의 의미와 한계

신춘문예 제도의 의미와 한계

당선 시인과 작품 리스트

1955년도

◈동아일보

분수<황 명>

◈조선일보

선사시대<전영경>

◈한국일보

우리는 사리라<김 윤>

1956년

◈동아일보

정의와 미소<이영숙>

◈서울신문

해동기<김*국>

별<김남정>

꽃 주전자와 꿈<이제하>

◈조선일보

휴전선<추봉령 *박봉자>

◈한국일보

수확의노래<김종주>

1957년

◈동아일보

역사괘도<박영오>

벽<윤삼하>

강변이야기<권일송>

◈조선일보

응시자<윤삼하>

◈한국일보

불면의 흉장<권일송>

1958년

산녹<강인섭>

◈조선일보

불모지<안 섭>

◈한국일보

제2의 휴식(포플러)<윤부현>

그림자<남대천>

1959년

◈경향신문

고요하다 <이 열>

◈동아일보

흑의 연상<권성림>

탑<박경려>

◈서울신문

해바라기<홍윤기>

◈조선일보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신동엽>

1960년

◈동아일보

전표지역<박열아>

◈서울신문

야로<박응석>

◈조선일보

효종대왕릉망두석<최 원>

◈한국일보

밤의 편역<박상철>

1961년

◈경향신문

TUNDRA<유성규>

◈서울신문

항아리<박 현>

◈조선일보

대이석원주를<박태문>

◈한국일보

제이의 광장<장순지>

영 역<노익성>

1962년

◈경향신문

아직도 거기서<이삼헌>

◈동아일보

과수원<김원호>

◈조선일보

강과 바람과 해바라기와 나<신세훈>

◈한국일보

황제와 나<박이도>

1963년

◈동아일보

나의 슬픈 친구 [이봔 드트리빗치]에게<신명석>

◈서울신문

겨울 동양화<목 훈>

고별<이수익>

◈조선일보

미개지의 꽃<박응석>

◈한국일보

궤변초<민경철>

1964년

◈동아일보

바람불다<이 탄>

◈서울신문

인상<박의상>

◈조선일보

빈약한 올페의 회상<최하림>

◈한국일보

북위선<이근배>

1965년

◈경향신문

내란<김종해>

◈동아일보

강설기<김광협>

◈서울신문

산에 가서<강희근>

육성<김화영>

◈한국일보

아내의 눈은<이해녕>

1966년

◈경향신문

횃불의 노래<노익성>

◈동아일보

빙하기<이가림>

◈서울신문

바람 앞에서<문효치>

◈조선일보

빗 속에 연기 속에<권오운>

◈중앙일보

밀림의 이야기<조상기>

◈한국일보

바람속에 서서<채규판>

산색<문효치>

1967년

◈경향신문

빙하의 새<윤주형>

◈대한일보

신병<권오학>

◈동아일보

우리들의 양식<한수현>

◈서울신문

찬 가<박상배>

◈조선일보

대운동회의 만세소리<강인한>

◈중앙일보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오탁번>

◈한국일보

목선들의 뱃머리가<이건>

1968년

◈경향신문

귀 가<마종하>

◈대한일보

천정을 보며<정양>

◈동아일보

겨울 행진<마종하>

◈서울신문

겨울 속의 봄이야기<박정만>

◈조선일보

강설의 아침에서 해빙의 저녁까지<신대철>

◈중앙일보

선로여 우리들의 평화는<정재우>

◈한국일보

재 봉<김종철>

1969년

◈대한일보

부 활<김철>

◈동아일보

후반기의 노래<송기원>

◈서울신문

겨울외출<이활용>

◈조선일보

자연법<박정남>

◈중앙일보

점 화<석지현>

◈한국일보

원주민<이유식>

1970년

세번째 겨울 <표성흠>

변 신<정희성>

바다 변주곡<박낙청>

묵 시<배미순>

하 늘<정중수>

1971년

술래의 잠<박석수>

대숲 아래서 <나태주>

목수의 노래<임영조>

유년의 겨울 <박지열>

1972년

창<이선렬>

나의 친구 우철동씨<정대구>

겨울나무<이성애>

은유의 꽃<이진흥>

기 공<국효문>

낙동강<이달희>

1973년

그림 속의 물<김승희>

첨성대<정호승>

마왕의 잠<이동순>

개 화 <김창완>

연 가<윤상운>

출항제<김명인>

회 생<하덕조>

1974년

바다속의 램프<임석산>

회복기의 노래<안기원>

세개의 전쟁<강경화>

기 구<안인창 >

단 식<김영석>

1975년

일어서는 소리 <이정휘>

바느질<임홍재>

봄 뜰<김문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이인해>

초 설<김은자>

1976년

사림기행<오승강>

호루루기<서종택>

풀잎에 누워<임세한>

장미원<김 종>

산 조<김용해>

1977년

공중의 꽃<강영환>

월 식<김명수>

벌판에서<권석창>

겨울 과수밭에서<김기종>

아침<유수창>

작 도<성귀영>

새벽 두시<신석진>

화양리<김광만>

도천수관음가<박윤기>

전 야<이은실>

1979년

탑<원귀직>

겨울 강구에서<박강현>

날아라, 시간의 포충강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장석주>

안 개<손종호>

목재의 질량<조용현>

1980년

◈동아일보

유년시절<하재봉>

편도선<이정숙>

돌<손동연>

풍경의 꿈<장 석>

생 활<안재찬>

1981년

겨울의 첫걸음<채충석>

로트레아몽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남진우>

오! 모국어<신찬식>

우리의 숲에 놓인 몇개의 덫에 대한 확인<이병천>

사평역에서<곽재구>

채 광 기<오정환>

1982년

◈동아일보

榮山浦·1<나해철>

◈중앙일보

불이 있는 몇개의 風景<양애경>

◈경향신문

겨울바다<김종목>

◈서울신문

겨울새<강태형>

◈대구매일신문

박기영<사수의 잠>

1983년

◈동아일보

밀물드는 가을 저녁 무렵<고운기>

◈중앙일보

비망록<김경미>

◈경향신문

龜浦장에서<박정숙>

◈서울신문

기상예보<김백겸>

1984년

◈동아일보

서울로 가는 全琫準<안도현>

◈중앙일보

畵家 뭉크와 함께<이승하>

◈경향신문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황인숙>

1985년

◈동아일보

안 개<기형도>

◈중앙일보

멸 치<전연옥>

◈매일신문

어린왕자를 추억함<박진환>

1986년

◈동아일보

아라비아의 영가·2<강미영>

◈중앙일보

겨울 手話<최승권>

◈한국일보

연장論<최영철>

◈경향신문

꿈의 이동건축<박주택>

◈서울신문

수렵도<이진영>

◈매일신문

신월동의 눈<김완준>

1987년

◈동아일보

돌 <손진은>

◈조선일보

도계행<김세윤>

◈중앙일보

봉함엽서<이상희>

◈한국일보

관찰법<송용호>

◈경향신문

맨발로 걷기<장석남>

◈서울신문

어머니의 겨울<유강희>

1988년

◈동아일보

四季<김정희>

◈조선일보

兩水里에서<권대웅>

◈중앙일보

1987년 11월의 新川<안상학>

◈한국일보

바둑론<성선경>

◈경향신문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 스케치<조현석>

◈서울신문

오이도<이효숙>

◈매일신문

간이역에 내려<강남옥>

1989년

◈동아일보

우리들의 고향<배진성>

◈ 조선일보

풀(2)<노용희>

◈중앙일보

뿌리에게<나희덕>

◈한국일보

꼽추<김기택>

◈경향신문

풍자시대에서-Video의 꿈<조기원>

◈서울신문

비 갠 아침<김우태>

◈대구매일신문

겨울판화<박윤배>

1990년

◈경향신문-김종해, 유근조 선

이 달에는 주여<조성화>

◈동아일보-신경림, 김주연 선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박라연>

◈서울신문-김종길, 정진규 선

新月 기계화 團地<김유석>

◈세계일보

만화경<김용길>

◈조선일보-박두진, 조병화 선

나무를 꿈꾸며<전원책>

◈중앙일보-오세영, 김종해 선

갯바위섬 등대<임영봉>

◈한국일보-신경림, 정현종, 김주연 선.

청소부, 제비집<이윤학>

1991년

◈대구매일신문

안 개<강문숙>

◈중앙일보

우리가 매다는 장식은<박 영>

◈세계일보

슬픈 바퀴<박윤규>

◈한국일보

家具의 힘<박형준>

◈경향신문

황야의 정거장<서규정>

◈조선일보

오늘 서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이재성>

◈부산일보

洛東江<조동화>

◈서울신문

활엽수림<함명춘>

1992년

◈조선일보

남행시초·1<김수영>

◈경향신문

꿈의 체인점<김왕노>

◈세계일보

민들레 홀씨<김종욱>

◈서울신문

꽃피는 아버지<박종명>

◈한국일보

세한도<박현수>

◈동아일보

갈 수 없는 그곳<반칠환>

◈경향신문

와 디<소을석>

◈경향신문(가작)

달리의 그림 속에서 사라진 시간의 행방은? <홍일표>

◈부산일보

반송 가는 길<정성욱>

◈중앙일보

하 지<조재영>

1993년

◈중앙일보

流配詩帖<고두현>

◈부산일보

새<김정미>

◈서울신문

한강 강매기<김현파>

◈문화일보

그리운 약국<배정원>

◈한국일보

소금에 관하여<서영효>

◈세계일보

이 사<원동우>

◈매일신문

삼월의 주남池<윤우>

◈동아일보

穴居時代<이정록>

◈조선일보

상 처<전대효>

1994년

◈경향신문

江에서<김민형>

◈중앙일보

폴리그래프·27<김민희>

◈동아일보

거듭나기<김지연>

◈서울신문

숲속의 섬<김 혁>

◈매일신문

유월의 살구나무<김현식>

◈세계일보

세숫대야 論<김호균>

◈부산일보

돛배를 찾아서<문정임>

◈조선일보

풍 경<심보선>

◈한국일보

길을 향하여<조연호>

열매를 꿈꾸며<조연호>

1995년

◈동아일보

이런 세상 어떠세요<김지연>

◈부산일보

꿈속의 타클라마칸<김혜령>

◈조선일보

목재소에서<박미란>

◈세계일보

자전거에 대하여<윤을식>

◈중앙일보

배고픔은 그리움이거나 슬픔이다<윤지영>

◈한국일보

좋은 사람들<이병률>

◈경향신문

漁盛田의 봄<이은옥>

◈매일신문

계란말이<이혜자>

◈서울신문

전망좋은 방<장경복>

1996년

◈동아일보

오 월<고창환>

◈경향신문

中世의 가을 4<노만수>

◈매일신문

나르시스를 위하여<류외향>

◈서울신문

운천리 길<염창권>

◈한국일보

안개의 도시<임동윤>

◈세계일보

알고 말고, 네 얼굴<임찬일>

◈부산일보

찌그러진 모습으로도<조영석>

◈문화일보

獨酌<최성윤>

◈조선일보

賻儀<최영규>

◈중앙일보

퓨즈가 나간 숲<한혜영>

1997년

◈경향신문

외 출<김창진>

◈동아일보

나는 날마다 전송된다<배용제>

◈동아일보 가작 입선작 부드러운 감옥<이경임>

아침, 너울거리는 햇살들을 끌어당겨 감옥을 짓는다, 아니 둥지라고 할까 아무래도 좋다 냄새도 뼈도 없는, 눈물도 창문도 매달려 있지 않은 부드러운 감옥을 나는 뜨개질한다 나는 높은 나무에 매달리는 정신의 모험이나 푸른 잎사귀를 찾아 먼 곳으로 몸이 허물도록 기어다니는 고행을 하지 않는다 때로 거리의 은행나무 가로ㅜ들을 바라본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잎새들의 춤이 바람이 불 때면 햇살 속에서 눈부시다 잎새들은 우우 일어서며 하늘 속으로 팔을 뻗는다 내가 밟아 보지 못한 땅의 모서리나 계곡의 풍경이 나를 밟고 걸어간다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걸어나가고 싶다

거리에 가로등이 켜진다 가로등은 따뜻한 새알 같다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새어나온다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가로등 쪽으로 걸어간다 지상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가로등을 지나쳐 지하도 입구 속으로 사라진다 옆구리를 더듬어 본다 하루 종일 허공에 매달려 있던 거미가 기어 나온다 거미의 그물을 뒤져본다 낡은 점자책이 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 나의 뻣뻣한 손가락이 닳아진 종이 위의 요철 무늬들을 더듬는다 몇 번을 솟아오르다 또 그만큼 곤두박질친 다음에야 희망이란 활자를 읽어낸다 문장들이 자꾸만 끊어진다 길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매일신문 의자·계단·창문<김현옥>

낡고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아 그녀는 창 밖을 건너다보며 태양의 느린 걸음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지켜워, 라는 중얼거림이 하루종일 구름 몇송이로 떠다녔다 암수 붙어 해롱대며 날아가는 잠자리들이 엑스트라처럼 그녀의 창문을 지나갔다 은빛 날개 번쩍이며 하늘의 전령사라도 되는 듯 비행기 한 대가 바쁘게 비명 내지르며 달려갔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새들은 그녀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떠나가는 뒷모습처럼 하늘 깊숙히 점점이 침몰해갔다 모든 것들, 그렇게 아무 일 아닌 듯 그녀의 창문을 다녀갔지만 그녀의 창문 같은 수많은 창문들을 지나 발랄하게 제 갈 길 떠나겠지만 죽을 때까지 떠나지 못할 키 큰 나무 한 그루, 사랑이란······ 그 끔찍하게 지겨운 기다림?

지겹고도 지겹게 그녀는 그곳에 앉아 있었다 마치 못박혀 있는 듯, 정물처럼 어쩔 수 없이! 키 큰 나무, 어느 날 그녀에게 사랑을 가르쳐줄 때까지

<내 몸 속의 무수한 계단들, 하늘이 날 부르면 난 매일 휘파람 불며 그 계단들 오르며 내 얼굴을 버리지 내 몸의 창문들, 그 수만 개의 이파리들 활짝 열면 바람과 햇빛들 놀러와 나를 투명하게 반짝여 대지>

◈문화일보 지하역<이기와>

지하 30미터, 한때는 만개한 꽃처럼 구김 없는 선명한 모양의 화석들이 이곳 어디엔가 오랜 비밀로 박혀 있었음직도 한, 수천 수만년 동안 지하 어둠의 사슬에 묶여 미동도 없던 영혼들이 길이 뚫리고 빛이 스며들면서 하나 둘 마법에서 풀려나 지금은 내가 서 있는 언저리를 휙휙 날아다닐 것도 같은, 지하역, 아직 콘크리트로 덮이지 않은 시간이 벽과 천장의 구석진 곳에 은밀히 흐르고 있다.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육체 없이 영혼만 타고 내리는 열차도 있을까? 요즘 들어 내 영혼보다 비대해진 몸뚱아리가 거추장스럽다 공복의 허전함으로 비롯된 심약한 생각의 끈을 자르고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 물러선다 충족되지 못한 뱃속의 허기처럼 보호구역 안에서도 늘 불안함을 느끼는, 206개의 뼈마디로는 지탱하기 힘든 지상의 무게가 선로 위에 앉은 빛 한줌까지 파르르 떨게 한다

희끗희긋 색이 바랜 벽화의 인물처럼 창백한 얼굴들이 승차구에 모여 있다 어쩌다 땅속까지 추방당한 아침 거추장스러운 그림자를 하나씩 끌고, 언젠가 화석으로 남을 시간들을 등에 지고, 깜깜한 터널 속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저 눈동자들 어둠의 틈새로 열차의 헤드라이트가 번쩍이는 순간 닫혀 있던 마음의 瞳孔이 환히 열린다 언젠가는 출구 없는 지하역에서 영원히 맴돌지라도 아직은 살아 지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부산일보 먼집<손순미>

문 밖엔 늦은 저녁이 서 있다  폐타이어가 엮어진 지붕 위 설익은 꿈이 자주 바람에 들춰져도 마음들은 꼭꼭 여미고 산다 가파른 골목을 밀고 온 지친 눈들 불빛을 당기고 부엌으로 들어간 식욕은 세간살이를 달그락거린다 시렁 위엔 칸칸이 달빛이 포개져 있고 간고들어 한 마리 온 식구들을 구워낸다 오순도순 둘러앉은 눈빛들 한 그릇씩 비워내는 얘기에 아랫목 온기가 올라온다 식구들 한 이불의 별빛을 덮고 자면 어둠이 풀풀 새어나오는 집집이 몇 채의 꿈을 꾼다
신발들 저희끼리 내일을 쓰윽 신어본다

◈서울신문 폐차장 근처<박남희>

이곳에 있는 바퀴들은 이미 속도를 잃엇다. 나는 이곳에서 비로소 자유롭다. 나를 속박하던 이름도 광택도 이곳에는 없다. 졸리워도 눈 감을 수 없었던 내 눈꺼풀 지금 내 눈꺼풀은 꿈꾸기 위해 있다. 나는 비로소 지상의 화려한 불을 끄고 내 옆의 해바라기는 꿈같은 지하의 불을 길어 올린다. 비로소 자유로운 내 오장육부 내 육체위에 풀들이 자란다. 내 육체가 키우는 풀들은 내가 꿈꾸는 공기의 질량만큼 풍성하다. 풀들은 말이 없다. 말없음의 풀들위에서 풀벌레들이 운다. 풀벌레들은 울면서 내가 떠나온 도시의 소음과 무작정의 질주를 하나씩 지운다 이제 내 속의 공기는 자유롭다 그 공기 속의 내 꿈도 자유롭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저 흙들처럼 죽음은 결국 또다른 삶을 기약하는 것이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서 모처럼 맑은 햇살에게 인사한다 햇살은 나에게 세상의 어떤 무게도 짐지우지 않고 바람은 내 속에 절망하지 않는 새로운 씨앗을 묻는다

◈세계일보 정동진 驛<김영남>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 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사장이 있고, 해안선을 잡아 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 놓고 잔을 주고 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정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驛舍,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조선일보 220번지 첫번째 길가 7호<박균수>

안에서는 도무지 날씨를 짐작할 수 없었다 창틀에는 평행한 세로줄 위에 하트 모양이 붙어 있는 쇠창살이 있었고 먼지들 안쪽에 난시의 창문이 자기 눈알의 크기만큼 위로 오르는 철계단을 사선으로 잘라 보여주었다 그것들 사이로 그을 수 있는 몇 개의 직선 위에 시신경을 올려놓고 우산이 지나가는지 살펴보았다 언제나 한 개의 형광등과 두 개의 백열등과 또 한 개의 할로겐 등을 같은 채널의 라디오와 함께 켜 놓았고 그것들은 밤새 흰색 벽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가내수고업으로 거미줄을 짰지만 감각은 입자들과 파동들 사이에 있었다 아랫쪽에서 발목을 울리는 소리가 났고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바닥이 조금씩 높아졌다 천정에서 당황한 발자국이 자정의 정수리를 가로질러 갔다 한 달에 한 번쯤 등이 구부정한 사내가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문을 두드렸다 살충제라고 흰 마스크가 말했다 분무기를 짊어진 사내는 구둣발로 걸어들어와 후미진 곳곳에 살색의 약을 뿌렸다 생각날 때마다 벤자민 화분에 반 컵의 수돗물을 주었다 그것은 천천히 어린 잎들부터 말라죽어가고 있었고 물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화분이 놓인 창틀은 내내 축축했고 그곳으로 잠깐 늦은 오후의 햇빛이 예리한 각도로 쓰러졌다 멀리 갔다온 날이면 썩는 냄새에 빨리 잠들었다 인기척에 깨어 나가보면 낯익은 벌레의 알들이 문가에 버려져 있었다

◈중앙일보(가작·1) ※당선작 없음. 안개바다<이성일>

1

바다 근처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이 마을의 집들이 유리창을 번뜩이며 바다를 보고 있다 서로 다르게 비어 있는 窓 속에서 조그씩 바다가 증발하고 있다 불빛만이 가려진 커튼 사이로 안개를 흘릴뿐

2

韓紙를 두드리며 누군가의 生을 拓本하는 밤이면 그대가 너무 깊게 박차고 간 내 가슴속 못 하나가 숨표처럼, 그대의 죽음 밖으로 삐져나와 바다로 간다. 아직, 行間을 건너가 보지 못한 생각들이 몇 척 배로 찍혀 정박해 있는 바다. 안개 속이다 고동으로 고동으로 生을 탁본하듯 울리는 뱃고동 소리만 바다를 떠다닌다. 난파선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바다를 끌고 와 고동, 그 빈 먹통 속으로 확, 죽음을 펼쳐 보이는 안개. 멀리서

안개경보 울린다. 안개 속에서 안개로 풀어진 者들의 신음,

◈중앙일보(가작·2) 가족일기<이용규>

발가락이 가려웠다. 노을 밑으로 낙엽들이 서둘러 떨어질 때, 국문학자가 되겟다던 나의 꿈들이 허리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밟아 보았다. 길은 덜 자란 마늘밭 하나 건너지 못하고 내려갔고, 그날밤 법성포로 떠난 아버지의 굵은 손끝에 매달린 굴비 한 두름 짜게 절여두겠지. 밥그릇 속에 들어가 있는 쉰 밥풀 같은 하루, 밑으로 가볍게 뿌리를 내리고 여기저기 유채꽃같이 찾아오는 봄. 풀어지겠지, 개울에 갇힌 은어 몇 마리쯤.

언덕부터 고추꽃들이 매운 바람으로 불고, 아직 덜 꺼낸 유품 같은 우물을 팠다. 그날 돌아가신 할머니 팔까지 올라오던 물결, 씻고 헹구는 나의 발자국 멀리 흘러갔다. 자취방은 어머니 근심이 기어나오던 그날 같은 배고픔. 신문배달을 했다. 셔터 밑으로 자꾸만 쑤셔넣던 체첸 반군들. 군에 입대한 형으로부터 엽서가 오고 가지런히 기댄 등교길이 즐거웠다. 일몰은 눈앞에서부터 시작도;ㅣ었다. 애들은 하나씩의 풍경들을 들고 들어가 꿈을 만들고, 껌 씹는 낙엽을 밟으며 술집 누이가 들어왔다. 그날 밤, 기도의 형식으로 버려진 수난들이 일기장 속에 접혀 들어갔고, 이유를 몰랐다. 신발을 신지 않은 개들이 고향을 향해 떳떳하게 짖어대고 기쁜 꽃들로 나가 계절을 바꿀 수 있는 이유를. 세월은 넘지 못하는 것일까. 누이의 이마 하나,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한국일보 야경(夜警)<이대의>

자정이 넘은 밤길. 눈발은 그치고 마실꾼들 이야기를 밝히는 불빛은 차가운 바람을 달랜다. 불꺼진 방에, 사람은 잠들었을까 조용하다 개짖는 소리도 잠 못드는 이 밤 우리들은, 마실방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남겨두고 야경을 돈다. 북을 두드리며 마을을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