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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국문학:현대시:근현대시:양여천 [2023/09/02 23:34]
clayeryan@gmail.com [강물이 내게로 온다]
문학:국문학:현대시:근현대시:양여천 [2023/11/26 22:51] (현재)
clayeryan@gmail.com [달맞이꽃]
줄 1754: 줄 1754:
  
 슬픔도 그냥 통째로 씻어서 슬픔도 그냥 통째로 씻어서
-화로에 노오란 고구마 구워 껍질 벗기고 먹으면 +화로에 노오란 고구마 구워 껍질 벗기고 집어 삼키면 
-콱 맥히는 목마름을+콱 맥히던 목마름을
 투명한 눈물, 동치미 국물과 함께 훌쩍 삼켜 버리고 투명한 눈물, 동치미 국물과 함께 훌쩍 삼켜 버리고
  
줄 1838: 줄 1838:
 </poem> </poem>
  
 +===== 바이올린 레슨 =====
  
 +<poem>
 +팔을 쭈욱 뻗어서 스크롤을 감싸 쥐어보렴. 옳지. 거기까지가 네가 펼쳐내어 보일 수 있는 목소리의 한계야. 그것에 곧 익숙해지고 많이 좌절해야 할 거야. 왼손은 늘 그렇게 한계 속에서 정확한 길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겠지. 근데 너의 오른손에는 다른 무기가 하나 있어. 그건 기회야.
  
 +오른손에 쥔 활은 때론 네 팔보다 길고, 때론 네 팔보다 짧지. 인생도 그래. 끝과 끝이 정해져 있어. 언제까지 살 수 있게 될지 인간은 알지 못해. 가야할 곳도 무척이나 한정적이야.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너의 재능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네 앞에 네 갈래의 길로 놓여 있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은빛과 금빛 색색의 실로 끝을 묶어 잡아당겨놓은 그 길은, 마치 인생의 네 번 사계절과 같지. 봄날의 참새들이 우는 것처럼 재재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로 노래하다가, 여름날의 빗방울 소리처럼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가을날에 색종이를 접어 날리는 높은 가을 하늘처럼 청량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 겨울 할아버지의 목쉰 기침소리를 낼 수도 있단다.
 +
 +너의 날개는 나방처럼 아프게 가루로 부서지는 그런 것이어도 좋아. 그래 이제 한 번 퍼덕여봐. 네게는 크기 따위는 상관없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어. 아직 하늘을 날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 부족할 뿐이야. 그렇게 수 만 시간의 수 천 번의 활질들이, 찌르고 갈라낸 그 허공 속에 활을 들고 있는 너의 파편들이 묻어 있어. 하늘을 도저히 날 수도 없을 것만 같았던 도전 속에, 겨우 허공의 그 끝 모를 어둠을 처음 더듬었던 순간 속에, 개똥벌레의 날개처럼 짧은 활을 들고 있었던 네가 있었어. 
 +
 +두려워? 갈 곳이 없을 때가 두려운 거야. 하늘에 갈 수 없는 곳은 없어. 다만 네가 날개를 펴고 뛰어보지 못했을 뿐이지. 현 끝에서 현 끝까지. 다시 한 번 그 기억들을 더듬어 음계를 긁어볼까?
 +
 +옳지. 그렇게 따스하게 한 번. 다시 한 번 바이올린의 그 가는 팔목을 쥐고, 그 어깨를 한 번 감싸 안아봐. 네가 껴안고 좌절했던 그렇게도 흐느꼈던 밤과 그 시간들이, 그 열정과 희열과 흥분들이 다시 네게로 한 조각씩 돌아오면, 그것들이 가라앉은 그 곳에 송진들이 가라앉은 그곳에 네가 다시 서 있어.
 +
 +은빛의 수많은 활들이 항해자의 깃발처럼, 항구에 기대어선 배들처럼, 음악의 항로에 나설 준비를 갖추고 수많은 악보의 기호들이 반짝거리는 오케스트라의 그 무리 속에서. 침묵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무대 위의 새벽, 이제 막 번데기의 고치를 벗어나 드넓은 우주의 별빛 아래 젖은 날개를 말리며, 풀잎에 앉은 네가 나비처럼 이제 막 솟아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어. 
 +
 +자, 그 손을 다시 한 번 잡아볼까?
 +
 +</poem>
 ===== 달맞이꽃 ===== ===== 달맞이꽃 =====
  
줄 1871: 줄 1888:
 달이 지는 엄마 얼굴 달이 지는 엄마 얼굴
 얼마나 볼 수 있나 얼마나 볼 수 있나
- 
- 노래듣기 
  
 이젠 그만 아픔 없이 이젠 그만 아픔 없이
줄 1878: 줄 1893:
 </poem>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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