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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국문학:현대시:근현대시:양여천 [2022/04/23 23:57] clayeryan@gmail.com [하늘 속의 설화] |
문학:국문학:현대시:근현대시:양여천 [2023/11/26 22:51] (현재) clayeryan@gmail.com [달맞이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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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여천 시 묶음 (天餘之詩)====== | ======양여천 시 묶음 (天餘之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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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한 잔 속에서===== | =====홍차 한 잔 속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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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한 번 쯤은 | + | 한 번쯤은 |
- |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때로 | + |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로 |
돌아갈 수 없을까? | 돌아갈 수 없을까? | ||
어딘가엔 | 어딘가엔 | ||
- | 그 때, 그 시간들이 | + | 그때, 그 시간들이 |
아직 남아 있을 것만 같아 | 아직 남아 있을 것만 같아 | ||
줄 50: | 줄 61: | ||
꽃이 다시 피어나겠어 | 꽃이 다시 피어나겠어 | ||
- | 끝이 아닐거야 | + | 끝이 아닐 거야 |
어딘가에 저 먼 별에 가면 | 어딘가에 저 먼 별에 가면 | ||
우리가 다시 만나고 | 우리가 다시 만나고 | ||
줄 882: | 줄 893: | ||
사랑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 사랑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 ||
손톱끝에 파고드는 가시같은 | 손톱끝에 파고드는 가시같은 | ||
- | 아픔을 느낄찌라도 | + | 아픔을 느낄지라도 |
그 느끼는 것을 | 그 느끼는 것을 | ||
그 느끼는 자리에서 | 그 느끼는 자리에서 | ||
줄 1682: | 줄 1693: | ||
자신만의 꿈의 어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 자신만의 꿈의 어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 ||
- | 총총히 성근 별들이 밤하늘의 계절들 사이를 | + | 총총히 성근 별들이 밤하늘의 계절 사이를 |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맘껏 유영하고 있을 때 |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맘껏 유영하고 있을 때 | ||
스르르 팔베개 하고 평상에 누워 밤하늘 밤바다를 올려다보면 | 스르르 팔베개 하고 평상에 누워 밤하늘 밤바다를 올려다보면 | ||
줄 1729: | 줄 17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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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리움만큼 발톱도 빨리 자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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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움만큼 발톱도 빨리 자란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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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날 마당 곁의 봉숭아를 따서 | ||
+ | 발톱 끝에 곱게 물들이고서 | ||
+ | 아랫목에 앉은 당신은 그렇게 말했을 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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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우내 방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 ||
+ | 북풍이 할퀴고 가는 창밖의 동짓날 | ||
+ | 외로움도 이젠 사뭇 한 곁에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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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도 그냥 통째로 씻어서 | ||
+ | 화로에 노오란 고구마 구워 껍질 벗기고 집어 삼키면 | ||
+ | 콱 맥히던 목마름을 | ||
+ | 투명한 눈물, 동치미 국물과 함께 훌쩍 삼켜 버리고 | ||
+ | |||
+ | 방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 ||
+ | 창밖에 이제 겨울은 그저 허허벌판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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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여리던 흙 가슴에 구멍을 뚫고 | ||
+ | 당신의 매운 손, 배추 잎사귀 속에 저며가며 | ||
+ | 담가두었던 김장독만 겨우내 가문 살림살이 안에 남아 있으니 | ||
+ | |||
+ | 겨울이 아무리 하세월이라도 | ||
+ | 무성하게 자라난 발톱을 조금 잘라내어 | ||
+ | 겨울 눈무덤 위에 뿌려놓으면 | ||
+ | |||
+ | 죽지 않는다고서야 | ||
+ | 다시 만날 그 날에는, 언 땅 녹아 | ||
+ | 봉숭아 새순이 거기서 돋아나고 있으리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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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역사의 강물이 내게로 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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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물이 서로 몸을 섞으며 | ||
+ | 강이 되지 못한 시간을 타고 | ||
+ | 모든 것이 회유된 바다로 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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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을 두었던 그 산에서는 | ||
+ | 저녁도 저물어 이제 밤은 | ||
+ | 조용한 산하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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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흘러가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 ||
+ |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상처입은 야수처럼 | ||
+ | 온 몸에 거친 숨을 두르며 | ||
+ | |||
+ | 내게로 온다 | ||
+ | |||
+ | 강물은 흘러 넘쳐 눈물이 가득 고였던 | ||
+ | 그 잔을 다 마시지 못한 채로 | ||
+ | 손을 내려 놓는다 | ||
+ | |||
+ | 눈물이 그친 얼굴에서 | ||
+ | 목마른 흐느낌이 목을 타고 넘어 나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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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이름이 새겨져 있던 | ||
+ | 이름표가 있었던 교복을 벗고 | ||
+ | 너는 다른 옷을 입는다 | ||
+ | 나라고 생각했던 모두가 불러주었던 | ||
+ | |||
+ | 그 친근했던 이름을 벗어놓고 | ||
+ | 이제 다른 사람의 옷을 빌려 입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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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랑노래 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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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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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은 내게 당신을 노래하게 하더니 | ||
+ | 이내 앵 토라져서 돌아앉아 있는 | ||
+ | 이슬앉은 제비꽃처럼 푸르게 푸르고 | ||
+ | 그래서 사랑은, 내게 당신을 애타게 부르게 하고 | ||
+ | 어깨너머로 비치는 창가에 앉아 | ||
+ | 그대 하얀 목덜미에 입맞추고 싶다 | ||
+ | 사랑이 그대를 노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 ||
+ | 때론 봄바다 위를 달리는 거친 밤바람보다 | ||
+ | 걷잡을 수 없는 격정에 시달리며 베게를 적시는 | ||
+ | 숱한 불면의 밤을 손꼽아야 한다 할찌라도 | ||
+ | 나 그대 사랑을 노래하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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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아침이면 서리가 내린 마당에 | ||
+ | 온 세상이 그대 사랑함으로 아름답고 | ||
+ | 잠이 덜 깨어 내 목소리만을 기다리며 | ||
+ | 실눈을 뜨는 헝크러진 그대 머리맡에 | ||
+ | 나의 아직은 덜 씌여진 이 노래의 덜 다듬어진 숨결이 | ||
+ | 꿈에서 꿈으로 영혼이 아직 투명하게 깃드는 | ||
+ | 이 아침안개 젖어드는 호수같은 그대의 얼굴에 | ||
+ | 입맞춤하며 사랑한다 말하리니 | ||
+ | 내 사랑은 시온의 꽃보다 더 아름다워라 | ||
+ | 꾸밈없는 그대의 잠든 눈에 | ||
+ | 하나님 지으신 영혼이 슬기롭게 배이리니 | ||
+ | 나 그대 사랑함을 노래하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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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바이올린 레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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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을 쭈욱 뻗어서 스크롤을 감싸 쥐어보렴. 옳지. 거기까지가 네가 펼쳐내어 보일 수 있는 목소리의 한계야. 그것에 곧 익숙해지고 많이 좌절해야 할 거야. 왼손은 늘 그렇게 한계 속에서 정확한 길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겠지. 근데 너의 오른손에는 다른 무기가 하나 있어. 그건 기회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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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른손에 쥔 활은 때론 네 팔보다 길고, 때론 네 팔보다 짧지. 인생도 그래. 끝과 끝이 정해져 있어. 언제까지 살 수 있게 될지 인간은 알지 못해. 가야할 곳도 무척이나 한정적이야.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너의 재능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네 앞에 네 갈래의 길로 놓여 있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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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과 금빛 색색의 실로 끝을 묶어 잡아당겨놓은 그 길은, 마치 인생의 네 번 사계절과 같지. 봄날의 참새들이 우는 것처럼 재재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로 노래하다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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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의 날개는 나방처럼 아프게 가루로 부서지는 그런 것이어도 좋아. 그래 이제 한 번 퍼덕여봐. 네게는 크기 따위는 상관없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어. 아직 하늘을 날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 부족할 뿐이야. 그렇게 수 만 시간의 수 천 번의 활질들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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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려워? 갈 곳이 없을 때가 두려운 거야. 하늘에 갈 수 없는 곳은 없어. 다만 네가 날개를 펴고 뛰어보지 못했을 뿐이지. 현 끝에서 현 끝까지. 다시 한 번 그 기억들을 더듬어 음계를 긁어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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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옳지. 그렇게 따스하게 한 번. 다시 한 번 바이올린의 그 가는 팔목을 쥐고, 그 어깨를 한 번 감싸 안아봐. 네가 껴안고 좌절했던 그렇게도 흐느꼈던 밤과 그 시간들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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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의 수많은 활들이 항해자의 깃발처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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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그 손을 다시 한 번 잡아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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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달맞이꽃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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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곡 “Mom” (작사 : 양여천, 작곡 : Jon Heal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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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구슬이 흘러간 머리 위 하늘 | ||
+ | 별빛은 다 지워놓고 | ||
+ | 달빛 보며 서 있고 싶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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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도 없이 늦은 밤 캄캄한 어둠 속에서 | ||
+ | 환하게 웃음 지으며 | ||
+ | 마중 나온 달 같은 엄마 | ||
+ | |||
+ | 별처럼 아름다운 날들을 | ||
+ | 달처럼 나만 보고 산 엄마 | ||
+ | 달이 지는 엄마 얼굴 | ||
+ | 얼마나 볼 수 있나 | ||
+ | |||
+ | 엄마 얼굴 초승달처럼 | ||
+ | 항상 기억이 안 나 | ||
+ | 엄마 얼굴 초승달처럼 | ||
+ | 항상 기억이 안 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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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처럼 아름다운 날들을 | ||
+ | 달처럼 나만 보고 산 엄마 | ||
+ | 달이 지는 엄마 얼굴 | ||
+ | 얼마나 볼 수 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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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그만 아픔 없이 | ||
+ | 나와 함께 웃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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