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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국문학:현대시:신춘문예_당선시 [2020/08/31 17:51]
clayeryan@gmail.com [1997년]
문학:국문학:현대시:신춘문예_당선시 [2023/11/30 20:05] (현재)
clayeryan@gmail.com [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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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s>신춘문예 당선 시}}+{{indexmenu_n>2}} 
  
 ====== 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 ====== 신춘문예 당선 시 목록 ======
  
 +{{https://nme.kr/hanpoem/|텍스트 시 낭독}}
 =====신춘문예 제도의 의미와 한계===== =====신춘문예 제도의 의미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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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 시인과 작품 리스트===== =====당선 시인과 작품 리스트=====
  
 +**(1955~1997)**년도 작품 업데이트
 ====1955년도==== ====1955년도====
  
줄 1272: 줄 1274:
 </poem>++++ </poem>++++
 ◈서울신문 ◈서울신문
-++++야로<박응석>|+++++야로<박응석>|<poem>
  
 1 1
줄 1325: 줄 1327:
 ◈조선일보 ◈조선일보
 ++++효종대왕릉망두석<최 원>| ++++효종대왕릉망두석<최 원>|
 +<poem>
  너의 고운 숨결은 흐르고 있구나.  너의 고운 숨결은 흐르고 있구나.
  그렇게도 크낙한 사랑으로 뫼시던 너의 임이 마지막 이울어  그렇게도 크낙한 사랑으로 뫼시던 너의 임이 마지막 이울어
줄 3320: 줄 3322:
  
 ◈서울신문 ◈서울신문
-++++찬 가<박상배>|+++++찬 가<박상배>|<poem>
  
 잘난 아이들과 더불어 잘난 아이들과 더불어
줄 3568: 줄 3570:
 ◈한국일보 ◈한국일보
 ++++목선들의 뱃머리가<이건>| ++++목선들의 뱃머리가<이건>|
 +<poem>
 가장 밝은 귀로 듣는다. 가장 밝은 귀로 듣는다.
 목선들의 뱃머리가  목선들의 뱃머리가 
줄 5241: 줄 5243:
 ====1972년==== ====1972년====
  
-++++창<이선렬>|+++++창<이선렬>|<poem>
  
 창은 빛으로 휘장을 두른  창은 빛으로 휘장을 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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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라, 시간의 포충강에  ++++날아라, 시간의 포충강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장석주>|+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장석주>|<poem>
 1 1
 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줄 7661: 줄 7663:
 ++++유년시절<하재봉>| ++++유년시절<하재봉>|
 <poem> <poem>
-1. 강 마 을 +**강마을** 
-외사촌형의 새총을 훔쳐 들고 젖어있는 새벽강의 머리맡을 + 
-돌아 +외사촌형의 새총을 훔쳐 들고 젖어있는 새벽강의 머리맡을 돌아 갈대숲에 몸을 숨길 때, 떼서리로 날아오르는 새떼들의 날개 끝에서
-갈대숲에 몸을 숨길 때, 떼서리로 날아오르는 새떼들의 날개 +
-끝에서+
 물보라처럼 피어나는 그대 무지개를 보았나요? 물보라처럼 피어나는 그대 무지개를 보았나요?
  
-일곱 개 빛의 미끄럼틀을 타고 새알 주으러 쏘다니던 강안에 +일곱 개 빛의 미끄럼틀을 타고 새알 주으러 쏘다니던 강안에서 무수히 많은 눈물끼리 모여 흐르는 강물 위로 한 웅큼씩 어둠을 뜯어 
- +내버리면, 저물녘에는 이윽고 빈 몸으로 남아 다시 갈대숲으로 쓰러지고요 
-무수히 많은 눈물끼리 모여 흐르는 강물 위로 한 웅큼씩 어 + 
-둠을 뜯어 +둥지를 나와 흔들리는 바람을 타고 강의 하구까지 내려갔다가 그날 노을 거느리며 돌아오던 새떼들의 날개는 불타고 있었던가? 
-내버리면, 저물녘에는 이윽고 빈 몸으로 남아 다시 갈대숲으 +어느덧 온 강마을이 불타오르고 그 속을 나는 미친 듯이 새알을 찾아 뛰어다녔지요 
-로 쓰러지고요+ 
 +**쥐불놀이** 
 + 
 +맨발로 오래된 바람의 건반을 밟으며 아이들의 긴 그림자가 사라진다 노을속으로, 목 쉰 풍금소리 꽃잎처럼 지는 들녘에 어둠은 웬 
 +소년 하나를 세워두고 지나간다. 간다. 노을밭 지나며 훔친 불씨 속살속에 감춘 아이들 
 + 
 +한 짐 어둠을 메도 달집 가까이 떠나고, 알몸의 또 한 무리는 노을의 뿌리밑 그 잠으로 엉킨 언덕으로 내려간다. 풀어놓는 짐으로 깊은 어둠의 집을 만든다, 달무리가 지고 지붕밑에 불씨 붙여 
 + 
 +온 누리 가득차게 달빛 일으키는 정월 대보름의 아이들 빈 몸으로 어둠속에 숨어있던 소년은, 새벽녘 마른 가슴 부비어 불을 지피고 
 + 
 +**병정놀이**
  
-둥지를 나와 흔들리는 바람을 고 강의 하구까지 내려갔다 +바람잦은 산지마을 야선 너머로 횃불이 올랐다. 무덤 뒤에 웅크린 슴도치를 긴장한 머리카락 사이로 수채화처럼 번는 어둠. 나뭇지 허에 찬 대장, 격명령을 내렸.
-그날 노을 거느며 아오던 새떼들의 날개는 불타고 있었 +
-던가? +
-어느덧 온 강마이 불타오르고 그 속을 나는 미친 듯이 새 +
-알을 찾아 뛰어녔지요+
  
-맨발로 오래된 바람의 건반을 밟으며 아들의 긴 림자가 +서낭당 처마 들썩이며 바람이 풀어놓은 도깨비불, 동란때 치마 찢기고 목매단 물방앗간 누나 그 눈, 겁많은 소년 덤불 속으로 숨고 워지면 어김없이 끈적거리는 바람뒤집어진
-사라진다 +
-노을속으로, 목 쉰 풍금소리 꽃잎처럼 지는 들녘에 둠은 웬 +
-소년 하나를 세두고 +
-나간다간다. 노을밭 지나며 훔친 불씨 속살속에 감춘 아 +
-이들+
  
-한 짐 어둠을 메도 달집 가까이 떠나고알몸의 또 한 무리는 +애들은 백여우 꼬리 번뜩이며 백 번 둔갑을 한다. 발정한 바람에 실려 아이들은 홀린 듯이, 산 너머너머로 흘러니고 찢는 신음소리, 누나는 온 숲 퍼렇게 불을 댕겨 린 병정들을 태워버리니,
-노을의 뿌리밑 그 잠으로 엉킨 언덕으로 내려간. 풀 +
-짐으로 +
-깊은 둠의 집을 만든다달무리가 지고 지붕밑에 불시붙여+
  
-온 누리 가득차게 달빛 일으키는 정월 대보름의 아이들 
-빈 몸으로 어둠속에 숨어있던 소년은. 
-시벽녘 마른 가슴 부비어 불을 지피고 
 </poem>++++ </poem>++++
  
줄 9900: 줄 9895:
  
 ◈경향신문-김종해, 유근조 선  ◈경향신문-김종해, 유근조 선 
-++++이 달에는 주여<조성화>    +++++이 달에는 주여<조성화>|<poem>     
  
 주여 이 달에는 제법 살만하게 하소서 주여 이 달에는 제법 살만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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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em>++++ </poem>++++
 ◈세계일보 ◈세계일보
-++++슬픈 바퀴<박윤규>|+++++슬픈 바퀴<박윤규>|<poem>
 -브레히트를 생각함 -브레히트를 생각함
  
줄 10265: 줄 10260:
 </poem>++++ </poem>++++
 ◈한국일보 ◈한국일보
-++++家具의 힘<박형준>|+++++家具의 힘<박형준>|<poem>
  
 얼마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얼마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줄 10307: 줄 10302:
 </poem>++++ </poem>++++
 ◈경향신문 ◈경향신문
-++++황야의 정거장<서규정>|+++++황야의 정거장<서규정>|<poem>
  -복지국가로 가는 차표를  -복지국가로 가는 차표를
   어디서 팔고 있는지 모르십니까-   어디서 팔고 있는지 모르십니까-
줄 10320: 줄 10315:
 </poem>++++ </poem>++++
 ◈조선일보 ◈조선일보
-++++오늘 서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이재성>|+++++오늘 서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이재성>|<poem>
  
 바늘을 한 웅큼 삼킨, 바늘을 한 웅큼 삼킨,
줄 10671: 줄 10666:
  
 ◈동아일보 ◈동아일보
-++++갈 수 없는 그곳<반칠환>|+++++갈 수 없는 그곳<반칠환>|<poem>
  
  그렇지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사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다는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험준한 것이겠습니까. 새벽이 되기 전 모두 여장을 꾸립니다. 탈것이 발달된 기금 혹은 자가용으로, 전세 버스로, 더러는 자가 헬기로, 여유치 못한 사람들 도보로 나섭니다. 우는 아이 볼기 때리면 병든 부모 손수레에 싣고 길 떠나는 사람들, 오기도 많이 왔지만 아직 그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러는 도복을 입은 도사들 그곳에 가까왔다는 소문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합니다. 낙타가 바늘귀 빠져가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그곳, 그러나 바늘귀도 오랜 세월 삭아 부러지고 굳이 더이상 통과할바늘귀도 없이 자가용을 가진 많은 사람들, 벌써 그곳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건너가야 할 육교나 지하도도 없는 곳, 도보자들이 몰려 있는 횡단보도엔 연이은 차량, 그들에게 그곳으로 가는 신호등은 언제나 빨간불입니다. 오랜 기간 지친 사람들, 무단 횡단을 하다가 즉심에 넘아가거나 허리를 치어 넘어지곤 합니다. 갈 수 없는 그곳, 그러나 모두 떠나면 누가 이곳에 남아 씨 뿌리고 곡식 거둡니까. 아름다운 사람들, 하나 둘 돌아옵니다. 모두 떠나고  그렇지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사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다는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험준한 것이겠습니까. 새벽이 되기 전 모두 여장을 꾸립니다. 탈것이 발달된 기금 혹은 자가용으로, 전세 버스로, 더러는 자가 헬기로, 여유치 못한 사람들 도보로 나섭니다. 우는 아이 볼기 때리면 병든 부모 손수레에 싣고 길 떠나는 사람들, 오기도 많이 왔지만 아직 그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러는 도복을 입은 도사들 그곳에 가까왔다는 소문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합니다. 낙타가 바늘귀 빠져가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그곳, 그러나 바늘귀도 오랜 세월 삭아 부러지고 굳이 더이상 통과할바늘귀도 없이 자가용을 가진 많은 사람들, 벌써 그곳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건너가야 할 육교나 지하도도 없는 곳, 도보자들이 몰려 있는 횡단보도엔 연이은 차량, 그들에게 그곳으로 가는 신호등은 언제나 빨간불입니다. 오랜 기간 지친 사람들, 무단 횡단을 하다가 즉심에 넘아가거나 허리를 치어 넘어지곤 합니다. 갈 수 없는 그곳, 그러나 모두 떠나면 누가 이곳에 남아 씨 뿌리고 곡식 거둡니까. 아름다운 사람들, 하나 둘 돌아옵니다. 모두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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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경향신문
-++++와 디<소을석>|+++++와 디<소을석>|<poem>
  -우리 시대의 강  -우리 시대의 강
  
줄 10799: 줄 10794:
 ◈중앙일보 ◈중앙일보
 ++++流配詩帖<고두현>| ++++流配詩帖<고두현>|
- -남해 가는 길+ <poem>-남해 가는 길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줄 10857: 줄 10852:
 ◈서울신문 ◈서울신문
 ++++한강 강매기<김현파>| ++++한강 강매기<김현파>|
 +<poem>
 옅은 안개 깔린 강 표면에서 솟구치는 옅은 안개 깔린 강 표면에서 솟구치는
 비둘기보다 큰 새를 보았다 차량행렬 위를 비둘기보다 큰 새를 보았다 차량행렬 위를
줄 11008: 줄 11003:
 ◈매일신문 ◈매일신문
 ++++삼월의 주남池<윤우>| ++++삼월의 주남池<윤우>|
 +<poem>
 겨울 동안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던 새는 겨울 동안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던 새는
 유년의 흑백사진 같은 빈 둥지만 남긴 채 유년의 흑백사진 같은 빈 둥지만 남긴 채
줄 11105: 줄 11100:
  
 ◈중앙일보 ◈중앙일보
-++++폴리그래프·27<김민희>|+++++폴리그래프·27<김민희>|<poem>
    --얼음 물고기    --얼음 물고기
  
줄 11114: 줄 11109:
 </poem>++++ </poem>++++
 ◈동아일보 ◈동아일보
-++++거듭나기<김지연>|+++++거듭나기<김지연>|<poem>
  
 보일 듯 말 듯한 가슴 아래 손가락을 넣어 본다. 보일 듯 말 듯한 가슴 아래 손가락을 넣어 본다.
줄 11145: 줄 11140:
  
 ◈서울신문 ◈서울신문
-++++숲속의 섬<김 혁>|+++++숲속의 섬<김 혁>|<poem>
  
 바람도 풀꽃들도 다 철길을 따라 달리곤 했지 바람도 풀꽃들도 다 철길을 따라 달리곤 했지
줄 11173: 줄 11168:
 </poem>++++ </poem>++++
 ◈매일신문 ◈매일신문
-++++유월의 살구나무<김현식>|+++++유월의 살구나무<김현식>|<poem>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줄 11333: 줄 11328:
 ◈세계일보 ◈세계일보
 ++++자전거에 대하여<윤을식>| ++++자전거에 대하여<윤을식>|
 +<poem>
 두 바퀴 위에 한 사내 두 바퀴 위에 한 사내
  
줄 11369: 줄 11364:
 ◈중앙일보 ◈중앙일보
 ++++배고픔은 그리움이거나 슬픔이다<윤지영>| ++++배고픔은 그리움이거나 슬픔이다<윤지영>|
 +<poem>
  식구들이 잠들어  식구들이 잠들어
  오히려 부산한 여름밤  오히려 부산한 여름밤
줄 11527: 줄 11522:
 ◈매일신문 ◈매일신문
 ++++나르시스를 위하여<류외향>| ++++나르시스를 위하여<류외향>|
 +<poem>
 기억하고 싶었어요 하마 삐그덕거리는 기억하고 싶었어요 하마 삐그덕거리는
 시간에 얹혀 제 한 몸 돌보지 못하는 시간에 얹혀 제 한 몸 돌보지 못하는
줄 11758: 줄 11753:
 어두움을 더 어둠답게 하는 것이 어두움을 더 어둠답게 하는 것이
 흔들리는 양초 불빛이듯 흔들리는 양초 불빛이듯
-빈 방 이 깊은 속에도+빈 방 이 깊은 잔 속에도
 흠없이 강림하는 이름 흠없이 강림하는 이름
 지키고 싶은 어둠 있어서 지키고 싶은 어둠 있어서
줄 11955: 줄 11950:
  
 ◈서울신문 ◈서울신문
-++++폐차장 근처<박남희>+++++폐차장 근처<박남희>|
 <poem> <poem>
  
줄 12127: 줄 12122:
 </poem>++++ </poem>++++
  
 +====1998년====
 +
 +◈중앙일보
 +++++3월 <조은길>|
 +<poem>
 +벚나무 검은 껍질을 뚫고
 +갓 태어난 젖빛 꽃망울들 따뜻하다
 +햇살에 안겨 배냇잠 자는 모습 보면
 +나는 문득 대중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뽀오얀 수증기 속에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여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서로서로 등도 밀어 요구르트도 나누어   마시며
 +볼록하거나 이미 홀쭉해진 젖가슴이거나
 +엉덩이거나 검은 음모에 덮여 있는
 +그 위대한 생산의 집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마을 시장 구석자리에서 날마다 생선을 파는
 +생선 비린내보다
 +니코틴 내가 더 지독한 늙은 여자의
 +물간 생선을 떨이해 주고 싶다
 +나무껍질 같은 손으로 툭툭 좌판을 털면  울컥 일어나는 젖비린내 아~
 +어머니
 +어두운 마루에 허겁지겁 행상 보따리를 내려놓고
 +퉁퉁 불어 푸릇푸릇 핏줄이 불거진
 +젖을 물리시던 어머니
 +
 +3월 구석구석마다 젖내가·····어머니
 +그립다.</poem>++++
 +
 +◈서울신문
 +++++望海寺 <이병욱>|
 +<poem>
 +대나무 잎새 몸부비는 소리 등에 업고
 +바다를 바라보는 망해사,
 +파도가 읊어대는 경전 소리에
 +처마끝 종소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절간을 지나는 동자스님의
 +발걸음이 바람에 떠밀리는 마른잎 같다
 +파도소리, 묵묵한 바위의 등을 내리칠 때마다
 +허공을 떠다니는 낮은 소리들
 +단청 없는 대웅전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발걸음도 대웅전 앞으로 밀려간다
 +낮은 숨소리 웅웅대는 절터를 비추며
 +조용히 내려앉는 서녘 해,
 +노을빛 단청을 그린다
 +내 얼굴에도 단청이 그려졌을까
 +바다로 발을 옮겨 얼굴을 비추며
 +이내 얼굴을 삼키는 허연 물거품
 +귓가에 파도의 일렁거림만 맴돌고
 +바다의 들숨에 석양마저 빨려 들어간다
 +법구경 읊는 소리도 바다 밑으로 묻혀진 걸까
 +쉴새없이 어둠을 내뿜는 잔주름 깊은 바다,
 +잔불 소리도 없이 내 속을 비워내고
 +바닷바람 소리없이 범종을 흔드는 망해사,
 +아무 말없이 바다 위로 단청을 털어내고 있다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