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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국문학:현대시:신춘문예_당선시 [2020/11/13 18:09]
clayeryan@gmail.com [1996년]
문학:국문학:현대시:신춘문예_당선시 [2020/11/13 23:25]
clayeryan@gmail.com [1993년]
줄 10793: 줄 10793:
 ◈중앙일보 ◈중앙일보
 ++++流配詩帖<고두현>| ++++流配詩帖<고두현>|
- -남해 가는 길+ <poem>-남해 가는 길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줄 10851: 줄 10851:
 ◈서울신문 ◈서울신문
 ++++한강 강매기<김현파>| ++++한강 강매기<김현파>|
 +<poem>
 옅은 안개 깔린 강 표면에서 솟구치는 옅은 안개 깔린 강 표면에서 솟구치는
 비둘기보다 큰 새를 보았다 차량행렬 위를 비둘기보다 큰 새를 보았다 차량행렬 위를
줄 11002: 줄 11002:
 ◈매일신문 ◈매일신문
 ++++삼월의 주남池<윤우>| ++++삼월의 주남池<윤우>|
 +<poem>
 겨울 동안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던 새는 겨울 동안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던 새는
 유년의 흑백사진 같은 빈 둥지만 남긴 채 유년의 흑백사진 같은 빈 둥지만 남긴 채
줄 11327: 줄 11327:
 ◈세계일보 ◈세계일보
 ++++자전거에 대하여<윤을식>| ++++자전거에 대하여<윤을식>|
 +<poem>
 두 바퀴 위에 한 사내 두 바퀴 위에 한 사내
  
줄 11363: 줄 11363:
 ◈중앙일보 ◈중앙일보
 ++++배고픔은 그리움이거나 슬픔이다<윤지영>| ++++배고픔은 그리움이거나 슬픔이다<윤지영>|
 +<poem>
  식구들이 잠들어  식구들이 잠들어
  오히려 부산한 여름밤  오히려 부산한 여름밤
줄 11752: 줄 11752:
 어두움을 더 어둠답게 하는 것이 어두움을 더 어둠답게 하는 것이
 흔들리는 양초 불빛이듯 흔들리는 양초 불빛이듯
-빈 방 이 깊은 속에도+빈 방 이 깊은 잔 속에도
 흠없이 강림하는 이름 흠없이 강림하는 이름
 지키고 싶은 어둠 있어서 지키고 싶은 어둠 있어서
줄 12121: 줄 12121:
 </poem>++++ </poem>++++
  
 +====1998년====
 +
 +◈중앙일보
 +++++3월 <조은길>|
 +<poem>
 +벚나무 검은 껍질을 뚫고
 +갓 태어난 젖빛 꽃망울들 따뜻하다
 +햇살에 안겨 배냇잠 자는 모습 보면
 +나는 문득 대중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뽀오얀 수증기 속에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여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서로서로 등도 밀어 요구르트도 나누어   마시며
 +볼록하거나 이미 홀쭉해진 젖가슴이거나
 +엉덩이거나 검은 음모에 덮여 있는
 +그 위대한 생산의 집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마을 시장 구석자리에서 날마다 생선을 파는
 +생선 비린내보다
 +니코틴 내가 더 지독한 늙은 여자의
 +물간 생선을 떨이해 주고 싶다
 +나무껍질 같은 손으로 툭툭 좌판을 털면  울컥 일어나는 젖비린내 아~
 +어머니
 +어두운 마루에 허겁지겁 행상 보따리를 내려놓고
 +퉁퉁 불어 푸릇푸릇 핏줄이 불거진
 +젖을 물리시던 어머니
 +
 +3월 구석구석마다 젖내가·····어머니
 +그립다.</poem>++++
 +
 +◈서울신문
 +++++望海寺 <이병욱>|
 +<poem>
 +대나무 잎새 몸부비는 소리 등에 업고
 +바다를 바라보는 망해사,
 +파도가 읊어대는 경전 소리에
 +처마끝 종소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절간을 지나는 동자스님의
 +발걸음이 바람에 떠밀리는 마른잎 같다
 +파도소리, 묵묵한 바위의 등을 내리칠 때마다
 +허공을 떠다니는 낮은 소리들
 +단청 없는 대웅전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발걸음도 대웅전 앞으로 밀려간다
 +낮은 숨소리 웅웅대는 절터를 비추며
 +조용히 내려앉는 서녘 해,
 +노을빛 단청을 그린다
 +내 얼굴에도 단청이 그려졌을까
 +바다로 발을 옮겨 얼굴을 비추며
 +이내 얼굴을 삼키는 허연 물거품
 +귓가에 파도의 일렁거림만 맴돌고
 +바다의 들숨에 석양마저 빨려 들어간다
 +법구경 읊는 소리도 바다 밑으로 묻혀진 걸까
 +쉴새없이 어둠을 내뿜는 잔주름 깊은 바다,
 +잔불 소리도 없이 내 속을 비워내고
 +바닷바람 소리없이 범종을 흔드는 망해사,
 +아무 말없이 바다 위로 단청을 털어내고 있다
 +</poem>++++